유럽 탈리스만의 한국형 모델, 부산공장서 생산해 3월 출시

'SM6' 앞세운 르노삼성…내수 3위 노린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새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반격을 예고했다. 지난해 단 한 대의 신차조차 발표하지 못하며 현대·기아차, 한국GM, 쌍용차에 이어 업계 5위(2014년 기준 4위)로 내려앉은 굴욕을 만회하려는 듯 올해는 1월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6년을 ‘르노삼성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단순히 4위 자리를 재탈환하는 정도가 아니다. 전사적으로 철저한 준비 아래 쌍용차와 한국GM을 제치고 업계 3위까지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차 높이 낮아 안정감 뛰어나

이런 자신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부분 변경이나 상품성 개선 모델 등으로 사실상 신차가 없었던 데 비해 새해 들어선 신차 라인업이 화려하다. 그 중심에는 이미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탈리스만’이라는 강력한 ‘한 방’이 있다.

르노삼성은 새해가 밝자마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들었다. 지난 1월 13일 충남 태안군에 있는 한서대 비행교육원에서 ‘SM6’를 공개한 것. 지난해 7월 유럽 시장에서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차를 르노삼성 차명 체계에 따라 SM6로 국내에 소개했다.

르노삼성은 부산 공장에서 SM6 생산에 돌입,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SM6를 통해 2010년 이후 6년 만에 내수 시장 3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QM3 등의 선전에도 8만여 대 판매에 그쳐 내수에서 5개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르노삼성은 SM6 국내 출시에 앞서 국내 주행 환경과 고객의 선호도 등을 집중 연구해 유럽형 탈리스만 모델과 차별화되는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체계)·섀시(차대)·인테리어·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재구성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르노삼성과 르노 연구진의 공동 개발로 탄생한 SM6는 올해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SM6가 외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경쟁 차종에 비해 전고가 낮다는 점이다. SM6의 전고는 1460mm 미만으로 최근 공개된 신형 K7(1470mm), 한국GM의 미국 직수입 준대형 세단 임팔라(1495mm)보다 낮다. 대표적 중형 세단인 쏘나타(1475mm), 말리부(1465mm)와 비교해도 SM6의 전고가 낮다.

이처럼 SM6는 경쟁 차종에 비해 낮으면서도 전폭은 임팔라·쏘나타·말리부보다 넓은 1870mm로 제작됐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무게중심이 지면에 더 가까워져 안정감이 돋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전자 장비 기능 중 하나인 멀티센스는 SM6에 장착된 7가지의 다양한 시스템들을 제어하고 조정한다. 운전자는 멀티센스를 통해 액티브 댐핑 컨트롤, 스티어링 답력(무게감),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응답성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이 밖에 ‘나만의 차’로 세팅할 수 있는 운전자별 프로파일 설정, 5가지 모드의 7인치 TFT 계기판, 8.7인치 디스플레이, 무손실 디지털 음원 재생 기술 등이 국내 최초 적용됐다. SM6는 2리터 GDI 엔진, 1.6리터 터보 GDI 엔진, 2리터 LPLi 엔진, 1.5L 디젤엔진 등의 라인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중형차 시장 지형 바꾼다” 자신감

이날 르노삼성은 SM6 출시를 알리며 수차례 강조한 말이 있다. 바로 ‘자신 있다’는 표현이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SM6를 소개하며 “그동안 르노삼성은 절치부심·권토중래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며 “한국 자동차 시장의 혁명을 일으킬 SM6라는 무기를 갖고 나왔고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르노삼성은 SM5 TCE와 같은 다운사이징, QM3와 같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M5 디젤과 같은 디젤 세단 등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지만 시장에서의 입지는 다소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박 부사장은 “SM6는 대한민국 중형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세그먼트의 새로운 리더로 인식될 것”이라며 “소비자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비해 그와 같은 기대에는 못 미치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한 단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로보 사장 역시 “SM6는 끊임없는 노력의 최종 결과물”이라며 “SM6가 한국 중형 세단 세그먼트의 지형을 바꿀 것으로 확신하며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부터 SM6 개발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권기갑 르노삼성 연구개발부문 이사는 “직접 운전해 보고 느껴보길 바란다”며 “SM6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들에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돋보기
‘눈발이 야속’… 반쪽으로 끝난 신년 기자 간담회

“뭔 놈의 눈이 이렇게 오는지…. 참 야속합니다.” SM6 신차 출시를 알리는 신년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한 르노삼성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했다.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린 거센 눈보라에 이날 르노삼성이 준비한 메인이벤트는 시도조차 못했다.

당초 이번 행사를 위해 르노삼성은 국내에선 쉽게 구경하기 힘든 퍼포먼스를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 시승 행사도 아닌 신차 출시 행사를 충남 태안까지 내려가, 그것도 한서대 비행교육원 내에 있는 비행기 격납고라는 독특한 장소에서 연 것도 그런 뜻이 담겨 있었다.

비행기와 SM6가 비행장 활주로에서 나란히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하지만 이날 예상보다 많은 양의 눈이 내려 르노삼성 직원들의 불철주야 노력은 눈보라에 휘날려 갔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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