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판매 7,000대, 성장률 124.5%. 지난해 한국에서 푸조가 이뤄낸 성과다. 독일의 메이저 브랜드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성장률이 가파르다는 점은 프랑스식 합리주의와 실용주의가 소비자에게 서서히 인정받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남자의 시승]사자가 한국인을 물다, 푸조 508 1.6ℓ 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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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푸조가 한국에 소개된 지는 꽤 오래됐다. 1980년 푸조 604라는 대형 고급차가 국내에 소개됐으며, 90년 이후부터 405, 505, 605, 607, 407 등의 다양한 세단이 등장했다. 하지만 독일차에 밀려 항상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디젤엔진 인기에 힘입어 프랑스식 승용디젤의 꽃이라 불리는 푸조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비자도 프리미엄 럭셔리보다 실용적인 수입차를 찾기 시작하면서 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푸조 508 1.6ℓ 럭스는 어떨까? 직접 타봤다.

▲ 디자인
2015년 이후부터 푸조 디자인은 세단과 SUV가 비슷한 아이덴티티를 추구하고 있다. 전면부와 후면부 사자 엠블렘만 봐도 푸조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고, 라디에이터 그릴 상부와 엔진 후드 끝단이 만나는 지점에는 'PEUGUEOT' 레터링을 붙여 상징처럼 부각시켰다. 이전 508의 경우 헤드램프와 후미등에 할로겐 및 일반전구를 사용했지만 2016년형으로 오면서 'LED'로 모두 교체돼 새로움을 준다. 특히 후미등은 다른 제품과 달리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모습이 적용됐다.

[그 남자의 시승]사자가 한국인을 물다, 푸조 508 1.6ℓ 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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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는 간결함과 날렵함의 공존이 508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헤드램프부터 이어지는 벨트라인이 트렁크 후미등으로 연결돼 일체감을 보여주며, 앞뒤 좌석 유리창 라인은 이전 푸조를 반영하듯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뒷모습은 번호판이 범퍼 하단에 위치해 트렁크 높이가 더욱 높아 보인다. 한눈에 봐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은 'D컷' 타입이며, 시트 또한 스포츠 버킷 형태로 자리잡았다. 한 마디로 오너 위주의 제품이라는 뜻이다. 405 시절부터 푸조 시트는 허벅지와 옆구리 받침이 버킷 타입이기에 상당히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센터페시어는 모니터와 컵홀더, 공조장치와 멀티미디어 장치로 구성되는데 컵홀더 용량이 적어 비교적 큰 텀블러는 놓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센터콘솔로 이어지면서 변속레버와 시트히팅 및 오토하이빔 버튼이 자리 잡고, 조그마한 콘솔이 그 뒤에 위치한다. 메인 센터콘솔은 팔걸이의 전후 이동이 가능하고 내부는 제법 용량이 크다. 시승차는 1.6ℓ 제품이라 2.0ℓ에 비해 옵션 구성이 떨어진다.

[그 남자의 시승]사자가 한국인을 물다, 푸조 508 1.6ℓ 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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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성인 2명이 탑승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승객 탑승 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가리개가 옆면 및 후면 유리창에 마련됐다. 또한 뒷좌석을 위한 공조 컨트롤이 설치돼 좌우 온도 조절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하지만 열선시트가 없는 것은 좀 의외다.

▲성능 및 승차감
시승차는 1.6ℓ 블루HDi 유로6를 만족하는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 최고 120마력에 최대 30.6㎏.m의 성능을 뽑아낸다. 준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14.2㎞/ℓ에 달하는 복합효율은 강점이다. 급가속과 급정거, 급출발을 거듭하는 실주행에서도 14.7㎞/ℓ라는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이는 트립 리셋 후 약 200㎞를 주행한 기록이다. 이번 시승에서 효율을 확인하기 위한 주행은 짧았지만 시속 90㎞의 정속을 유지했을 때는 무려 20㎞/ℓ까지 효율이 치솟았다. 만약 정체가 없는 고속도로 구간이었다면 이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속 100㎞에서 엔진회전은 1,750rpm에 머문다.

[그 남자의 시승]사자가 한국인을 물다, 푸조 508 1.6ℓ 럭스

[그 남자의 시승]사자가 한국인을 물다, 푸조 508 1.6ℓ 럭스

가족형 세단으로 시내와 장거리 주행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다이내믹함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우선 시내 주행에선 노면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단단함을 잃지 않았다. 장거리 고속 주행은 의외로 거친 노면을 안정적으로 움켜쥐는 접지력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고속 주행에서 1.6ℓ의 배기량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주행 능력을 뽐낸다. 물론 코너링도 좋다. 빠른 속도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틀어도 정확히 움직인다.

주행 시 디젤 엔진 소음은 별로 거슬리지 않는다. 정숙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디젤 엔진이 정속 주행 소음이 정차시보다 부드럽고 조용한 편인데, 508은 어느 상황에서나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푸조의 다운사이징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 반문할 여지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 남자의 시승]사자가 한국인을 물다, 푸조 508 1.6ℓ 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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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0㎞를 주행하면서 받은 인상은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데일리 패밀리 세단으로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비록 선택품목 구성과 주행안전 보조장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실용성과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총평
508은 푸조의 대표 중형 세단이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크기가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다. 엔진은 1.6ℓ과 2.0ℓ의 두 가지로 판매된다. 이번 시승에 사용된 1.6ℓ 럭스 트림은 4,340만원으로 그랜저 고급트림과 비슷하다. 편의 품목에선 국산차와 비교해 부족하지만 다운사이징 디젤 엔진의 기술력과 내구성, 고효율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5년 또는 20만㎞ 이내' 정도의 주행거리를 염두에 두고, 가족을 동반한 소비자라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1.6ℓ보다 조금 더 역동적인 주행감성을 원한다면 2.0ℓ이 어울릴 수도 있다.

[그 남자의 시승]사자가 한국인을 물다, 푸조 508 1.6ℓ 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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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이화여대 교수,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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