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판매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7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관절염 치료제 베네팔리의 판매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베네팔리는 화이자의 자가면역질환(면역세포가 자신의 조직을 구분하지 못하고 스스로 공격해 나타나는 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이번 허가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EU 28개국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공동체(EEA) 3개국에서 이 약을 팔 수 있게 됐다. 베네팔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해외에서 판매하는 첫 번째 제품이다.

엔브렐은 류머티즘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추관절염(강직성 척수염) 등에 쓰이는 치료제다. 2014년 기준 세계에서 89억달러(약 10조80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유럽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 바이오시밀러 '유럽 대전' 열리나

베네팔리가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자체 의약품을 선보이게 됐다. 유럽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약품 시장이다. 바이오시밀러만 보면 세계 시장의 44%를 차지해 가장 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베네팔리는 다른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며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유럽 국가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허가를 계기로 올해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국 업체 간 경쟁도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먼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은 회사는 셀트리온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셀트리온은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인플렉트라(국내명 램시마)’를 유럽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좋지 않은 경제 여건은 오히려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각국 정부가 원조 의약품보다 가격이 30% 이상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적극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렉트라 출시 당시 업계는 시장점유율을 1% 정도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7%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유럽에서 레미케이드 매출이 급감한 것은 바이오시밀러(인플렉트라) 때문이라고 기업설명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3월 유럽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가 올 상반기께 허가가 나오면 두 회사는 직접적으로 경쟁한다.

■ 바이오시밀러

bio-similar. 특허가 끝난 바이오 의약품을 본떠 만든 복제약. 원조 바이오 의약품과 효능은 같지만 가격은 30% 이상 저렴하다. 바이오시밀러는 제조 환경에 따라 성분 구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임상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