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시아 정치 여성시대
대만에서 첫 여성 총통이 나왔다. 지난 16일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60) 당선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중국 푸젠(福建)성에 많이 살지만 대만에서는 소수민족으로 분류되는 객가인(客家人ㆍ하카족) 아버지의 피를 받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다섯 부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차이 당선인은 11명 이복형제자매 가운데 막내다. 결혼도 하지 않아 동성애자 아니냐는 공격도 받았다.

차이 당선인은 미국 코넬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유학한 뒤 대만 국립정치대 등에서 10년간 법학 교수로 활동했다. 1994년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시절 정계에 입문한 뒤 장관, 의회의원, 부총리 등을 역임했다. 실력과 신념으로 대만의 리더가 된 셈인데, 호사가들은 당나라 여황제 측천무후 이후 1300여년 만에 중화권에 여성 지도자가 나왔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차이 당선인의 등장으로 아시아 정치에서 여성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2013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있고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는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가 마침내 정권을 잡았다.

아시아 정치사에서 여성이 등장한 건 인도의 인디라 간디부터였다. 초대 네루 총리의 딸인 인디라 간디는 1966~1977년, 1980~1984년 두 차례나 총리를 지냈지만 시크 교도의 총에 맞아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다. 세계 최초 여성 총리는 스리랑카에서 나왔다.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는 남편 솔로몬 반다라나이케 총리가 암살당하자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아 1960년 총리가 됐다. 이후 세 차례나 역임했고 딸인 찬드리카 쿠마라퉁가는 1994~2005년 대통령을 지냈다.

방글라데시에선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딸인 셰이크 하시나와 1975~1981년 대통령을 지낸 지아우르 라흐만의 아내인 베굼 칼레다 지아 두 사람이 번갈아 총리에 앉았다. 1991년 먼저 총리가 된 지아는 2007년 9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됐고 2009년부터는 하시나 총리가 재직 중이다.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는 대통령 임기를 잘 마쳤지만, 아로요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돼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야당 지도자의 아내, 전임 대통령의 딸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선 초대 대통령의 딸인 수카르노 푸트리가, 태국에선 탁신의 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권좌에 오르기도 했다.

아시아 여성 리더는 대부분 가족의 후광을 입고 등장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차이 당선인은 가족 배경이 없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