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진이 30년간 영하 20도에서 냉동 보관된 동물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냉동됐다가 부활에 성공한 동물 가운데 최장 기간 냉동된 사례다.

30년 냉동보관 된 곰벌레 부활…인체 냉동보존술 현실로?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국립극지연구소가 남극에서 채집한 뒤 30년간 냉동 보관해오던 ‘곰벌레(물곰·waterbear·사진)’를 최근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몸길이가 최대 1.5㎜에 불과한 곰벌레는 초고온·초저온·건조·진공상태에서도 잘 죽지 않는다. 이번에 냉동상태에서 부활한 곰벌레는 1983년 남극에 있는 쇼와 기지에서 채취된 뒤 영하 20도에서 저장된 이끼에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은 2014년 5월 냉동상태에서 꺼내 물을 주자 몸길이 0.3㎜인 벌레 두 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20일 뒤 죽었지만 나머지 한 마리는 23일 뒤부터 모두 알 19개를 낳았고 이 중 15마리가 살아남았다.

지금까지 곰벌레가 건조한 실온상태에서 9년 만에 소생한 예가 있지만, 이번 실험 결과는 이를 크게 웃돈다. 연구진은 곰벌레의 장기 생존 및 번식 능력이 유지되고 있던 것은 동결로 세포나 유전자 손상이 최소화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냉동상태에서 깨어난 곰벌레의 상태를 정밀하게 연구하기 위해 DNA를 분석하고 생존 메커니즘을 규명할 계획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곰벌레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17.5%(약 6000개)에 달하는 유전자를 박테리아와 식물, 곰팡이 등 다른 생명체로부터 가로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은 1% 미만의 유전자가 다른 생물로부터 유래했다. 이는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고 주변 생물과 교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명체를 얼려 장시간 보관한 뒤에 녹여 되살리는 저온 보존은 영생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귀가 솔깃한 분야다. 이미 정자와 난자를 보관하는 체외 수정에서 활용되고 있다. 환자 체온을 18도까지 낮춰 두뇌 활동을 정지시킨 뒤 하는 저체온 수술도 시도되고 있다. 불치병 환자나 죽은 사람의 사체를 냉동 보관해 되살리는 인체 냉동보존술은 아직 냉동 과정에서 손상을 입은 뇌세포를 되살릴 기술이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언젠가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