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윤종신
윤종신
벌서 수 년 전의 일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격적인 글이 게재됐다. 제목은 “제일 역겨운 게 개그맨들이 가수하는 거.” 글쓴이의 신념은 참으로 확고했다. 그는 “음악성도 없는 개그맨들이 이딴 식으로 툭툭 음악 던져 놓는 거, 제가 제일 혐오합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이어진 저격. 대상은 윤종신이었다. 글쓴이는 윤종신을 향해 “개그맨이면 개그맨답게 예능이나 하시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흑역사’ 탄생의 순간이었다.

아마 해당 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90년대 가요계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친구였을 것이다. ‘오래전 그날’이나 ‘너의 결혼식’, ‘애니(Annie)’를 들어보지 못한. 그러나 MBC ‘라디오스타’와 Mnet ‘비틀즈코드’ 등은 즐겨 봤을 테고 그래서 ‘윤종신=개그맨’이란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종신은 경력 27년 차의, 공전의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가수다. 7년 째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수시로 라이브 무대에 오르며, 매 해 콘서트를 개최한다. 그의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알고 보면 지천에 널렸다.
윤종신
윤종신
지난 14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2(이하 너목보2)’도 그 중 하나다. ‘너목보’는 미스터리 싱어 그룹에서 얼굴만 보고 실력자인지 음치인지를 가리는 음악 추리쇼. 그러다 보니 무대의 주인공은 초대가수가 아닌 일반인 참가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윤종신은 단 한 번의 무대, 엄밀하게 말하자면 1절만을 완곡한 반쪽짜리 무대에서도 가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날 ‘너목보2’의 최종 무대에서는 지난 년 발표된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이 선곡됐다. 첫 소절, “몰랐었어~”가 흘러나오자, 패널들의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감동하거나 혹은 놀라거나. 전자가 ‘가수’ 윤종신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후자에는 ‘예능인’ 윤종신을 잘 아는,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젊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여성관객은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고, 또 다른 남성관객은 입을 벌리며 놀라움을 표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윤종신은 노래를 잘한다. 정인이 불렀던 ‘오르막길’을 멋지게 소화해낼 만큼 잘하고, ‘연우신’ 김연우와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듀엣으로 부를 만큼 잘한다. 심지어 그의 측근마저 “윤PD님이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 줄 몰랐다”며 새삼스레 감탄했을 만큼, 윤종신은 노래를 잘한다.

27년이라는 경력은 ‘말빨’로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작사, 작곡 능력만으로 될 일도 아니다. 물론 윤종신은 훌륭한 예능인이자 유능한 작곡·작사가, 프로듀서이다. 하지만 태초에 ‘가수’ 윤종신이 있었다. 윤종신을 개그맨으로 알고 있는 당신, 그의 노래를 들으면 이렇게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오 놀라워라~!”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2’ 방송화면, 미스틱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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