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스타 웹컬처팀은 2016년 웹컬처 문화 및 시장 추이를 살펴보기 위한 연속특집기획인 ‘웹컬처 2016 키워드’를 마련했다.]컴퓨터가 아직 대중들에게 보급되지 않던 시절, 판타지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환상 속에서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시작된 게임이 테이블토크 롤플레잉 게임(Table-Talk Roll Playing Game, 이하 ‘TRPG’)이다. 컴퓨터가 발전하지 못한 시기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컴퓨터와 모바일의 발전으로 점차 그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TRPG가 몇몇 마니아들의 취미 수준을 넘어 문화산업 시장에 끼어들고 있다. 특히 팬들을 중심으로 해외의 룰을 번역하거나, 새로운 룰을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업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2013년 소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고민해결! 마법서점”(이하 “마법서점”)의 펀딩 성공으로 TRPG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놓았던 ‘구르는 사람들’이 최근 두 번째 작품 “고마워요! 대소동 해결단”(이하 “고대해”)의 제작기금 모금에 성공했다. ‘구르는 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는 직원은 단 두 명, 냐브(35)와 믹하(27).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무실이 위치한 원주로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다.50분이 넘는 인터뷰의 내용을 최대한 많이 들려드리기 위해 부득이 기사를 두 개로 쪼갰음을 밝힌다.― 두 번째 펀딩 성공을 축하한다. 우선 “고대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 냐브: 저희는 TRPG 쪽에도 “할리갈리”나 “젠가” 같이 쉬운, 입문용 TRPG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게임 진행도 쉽고, 참가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게임의 분위기를 설명드리자면, 마법소녀라던가 괴도라던가, 발명가라던가, 영물(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캐릭터) 같이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리기 쉬운 영웅들이 올스타전처럼 모여서 자기들끼리 대소동이 일어나는 도시의 사건을 해결하는 게임이다.▲ 믹하: 저희가 설정한 도시는 2015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5000원 대면, 그 도시는 15,000원인 도시다. 그럼 왜 이 도시는 행복하고, 평안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인가.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영웅들이 도시에서 활약하고 있는지, 이 도시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이걸 참가자가 다 같이 이야기를 찾아보고. 만들어나가는 그런 내용의 게임이다.▲ 냐브: 재미있는 예시를 들자면, 해외의 거대 제약회사가 그 도시에 공장을 지으면서 비싼 임금을 주는 임상실험 같은 걸 사람들이 많이 하면서 ‘거기 가서 약 몇 번 먹으면 돈 많이 주더라…’ 하는 도시가 있었다. 그 도시 이름은 ‘오로나민 시(市)’였다.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마스터, 그러니까 MC가 혼자 만들어 오는 게 아니라 그 플레이어들이랑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게 된다. ‘어, 그럼, 이런 것 때문에 했다는 건 어때요?’ ‘그럼 도시 이름은 오로나민 시가 좋겠네요.’ 이런 식으로 같이 만드는 거다.― 게임을 통해 참가자가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도시상을 투영하는 것 같다.▲ 냐브: 이 게임에서는 사람들이 꿈속에서 그리고 있는 그런 도시가 기본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 도시 또한 사람 사는 곳이니 문제가 다시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던 캐릭터가 때로는 일을 더 키우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시 사건을 수습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그래서 캐릭터도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전형적인 인물을 설정하고 있다. 사람들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전형적 모습들이 하나씩은 있다. 마법소녀하면 좀 옛날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세일러 문”을 그릴 거고, 요즘 사람들은 “프리큐어”라던가, 아니면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라던가, 그런 자기 속에 있는 이미지를 바로 끄집어내서 플레이에 바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 이번 “고대해”는 어떤 룰을 기반으로 제작됐는가.▲ 냐브: 저번 “마법서점”은 “새비지 월드”의 서플리먼트(추가 규칙책)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을 사용해서 아예 독자적인 게임을 만들었다.▲ 믹하: “아포칼립스 월드”는 이제 한 번 망해버린 세상에서, 사람들이 미쳐버리고, 막 총을 쏘고, 사이비 종교 교주가 등장하고 이런 종류의 게임인데, 판정법이 6면체 주사위 두 개를 굴려서(동호인 용어로는 ‘2D6’(이디육)이라고 한다) 10 이상은 완벽하게 성공하는 거고, 9에서 7이면 뭔가 문제는 하나 있지만 성공하는 거고. 그리고 6 이하면 ‘이제 이 상황은 제 겁니다.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거죠’하고 MC가 이렇게 와장창! 하고 굴려버리는 그런 게임이다.▲ 냐브: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던전월드”나 “아포칼립스 월드”(두 책 모두 도서출판 초여명 출간)가 약간 사람들이 어려워하던 부분을 “고대해”에선 굉장히 쉽게 만들었다. 최근에 후원자들에게 공개한 공개판 같은 경우에는 아예 시작 가이드가 있어서 시작하는 사건 자체를 플레이어들에게 딱 던져 주고, 사람들이 뭔가 행동을 할 수밖에 만든다. 주사위를 굴리다 보면 사건이 점점 커져가고 자기들이 수습하고 일을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TRPG를 이제 아무나 하기 쉬운 것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인가.▲ 믹하: 맞다. 진입장벽을 확 낮춰버리는 것이다.▲ 냐브: 티알(TRPG의 줄임말)에는 두 가지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다. 첫째로 마스터라는 사람이 뭔가 준비를 많이 해야 된다. 그리고 둘째로 사람들에게 심리적 장벽이 있다. ‘어, 그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뭔가 연기를 해야 한다’ 막 이런 중압감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다 탈피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마스터의 경우, 공개판이나 책에 나온 도입 액션 중 하나를 그냥 그대로 읽기만 해도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판타지를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판타지 배경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뭐 ‘오크’ 하면 판타지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고, 코볼트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좀 잘 사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니까, 부담 없이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다.▲ 믹하: 주변 사람들에게 RPG 하자고 하면 ‘어 저 판알못(판타지 장르 설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괜찮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확실히 그런 부분에서 진입장벽을 확 낮춘 것 같다. ‘이야기와 놀이’의 대표님이신 위시송님께서 전에 ‘좋은 RPG는 (마스터가) 준비를 100만큼 해서 100만큼 재미가 나오는 게 아니라, 준비를 70만 해도 100만큼 재미를 낼 수 있으면 좋은 RPG인 것 같다.’고 말씀한 적이 있다. 전작 “마법서점” 같은 경우에는 게임 플레이를 위해 100의 준비가 필요했다면, 90 정도의 준비를 저희가 책을 통해 해 뒀다. 그런데 이번 “고대해” 같은 경우에는 준비할 필요 없이 처음에 한 15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냐브: 저희는 쉬움. 정말 쉬움. 이게 목표다. 책을 외우듯이 막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냥 편하게 읽어내려 가면서도, 그냥 게임을 다 할 수 있는게 목표여서 많이 문장을 다듬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걸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그래서 이번에 책을 구매하시는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이 대개 뿌듯했다.― “고대해”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냐브: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 중에 MC가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보통 게임 진행자는 플레이어에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서 도입에서 ‘어떤 거대한 발자국을 발견해서 도시가 막 혼란에 휩싸였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제 직접 가서 조사를 하고 있을 때 마스터가 플레이어한테 ‘어, 그럼 그 발자국의 깊이가 얼마나 깊나요?’ ‘내려가 보셨나요?’, 뭐 이런 식으로 장면 묘사를 시키고 거기서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TRPG는 모두가 재밌기 위해서 하는 거기 때문에, “무한도전”에서 MC 유재석이 모두가 재미있을 것 같은 경우에는 딱 바로바로 받고, 누군가가 남을 무시하려고 하면 그거는 컷하는 것처럼 저희 게임에서도 MC가 그런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고대해”는 마스터의 부담 또한 상당히 줄여준다. 보통 TRPG 게임은 마스터에게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거는 부담 자체가 적어서, 실제로 후기를 보면서 굉장히 뿌듯한 후기가 뭐였냐면, ‘와, 이거 했더니 진짜 자기가 마스터링(마스터(MC)가 TRPG 게임을 진행하는 행위) 하면서 이렇게 편했던 적이 없다’고. 플레이어들한테 물어보고 대답하면 그걸 이용해서 진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재밌다.▲ 믹하: 기존 RPG에서는 마스터가, 추리물 같은 내용에서도 모든 복선과 그 증거를 다 준비해 와야 하는데, “피아스코”(2014년, 초여명)나 “던 오브 페이트”, “던전 월드”, 그리고 저희가 만든 “고대해”까지, 이어오는 요즘 작품들에서는 MC라도 결말을 알 수 없다.▲ 냐브: 이전에는 그냥 마스터 자신이 이야기를 준비해서 플레이어들에게 갖다 바쳤다면, 같이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도 수수깨끼를 풀어 가는 느낌이라. 훨씬 더 재밌어졌다. 그래서 요즘에 저는 “고대해” 마스터링할 때는 굉장히 부담이 없다. 예전에는 사실 마스터링 단편 같은 거 하고 나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기운이 쭉 빠졌는데, “고대해”나, 아까 말씀드린 최신식 RPG를 하고 나면 딱 플레이어랑 비슷한 정도의 에너지만 소모하더라.그리고 6면체 주사위만 사용하는 점도 좋다. 사실 다면체 주사위는 국내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구매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다. 그에 비해 6면체 주사위는 일반 소매점에서도 구할 수 있고, 주사위가 없다면 스마트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쓸 수도 있다.― 최근 한국 TRPG 출판 시장이 계속 확대중이라고 들었다.▲ 냐브: 우선 “마법서점”의 원작 “새비지 월드” 코어 룰북이 작년에 TRPG Club에서 나와서 지금 계속 팔리고 있고. 진유랑님이 판타지 소설가 홍정훈(휘긴)님의 “아키블레이드” 세계관으로 서플리먼트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아마 “새비지 월드” 서플리먼트는 꾸준히 나올 것 같다. 또 위시송님이 “Weird War”라는 작품을 끝낸 것으로 알고 있고, 그 뒤에도 초여명 외에서도 다른 데에서 소셜펀딩을 통해 롤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추세다. ― 그렇다면 앞으로도 TRPG 롤북 시장에는 전반적으로 가벼운 스타일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냐브: 오히려 앞으로도 나오는 롤북들은 좀 무겁고, 설정이 많은 이런 게임이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RPG 자체가 여전히 덕들이 만들고 덕들이 즐기는 문화기 때문이다. 초여명 같은 경우는 다음에 “콜 오브 크툴루”가 들어온다고 했는데,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설정이 대개 방대하고, 몇 십 년이나 됐으니까 콘텐츠도 많이 쌓여있는 게임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가벼운 게임은 저희 ‘구르는 사람들’이랑. ‘이야기와 놀이’에 그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저희가 그냥 더 가벼운 걸 쉽게, 계속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전작 “마법서점”을 포함해서 시중 유통 계획이 있는가.▲ 냐브: “마법서점”은 지금 ‘RPG 스토어’에서만 팔고 있다. 종수가 너무 적으면 대형서점으로 보내기에는 판매가 효율적이지 않다고 해서 인터넷 서점에는 위탁을 못하고 있다. “고대해” 책이 나오면 “고대해” 룰북과 “고대해” 리플레이북, 이렇게 두 권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전의 “마법서점”이랑 “마법서점” 리플레이북까지 해서, “고대해” 책이 나오고 몇 달 지나면 아마 그 때부터는 아마 저희 책을 일반 서점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고대해” 책은 그럼 언제 출간되는가.▲ 냐브: 책은 지금 일러스트를 따로 외주를 맡겨서, 일러스트들이 다 나오고, 게임을 위한 노하우 집필이 완료되면 원래 발송예정일이었던 2016년 7월 31일보다는 아마 좀 더 빠르게 완성될 것이다. 그 2016년에서 날이 따뜻해지면…▲ 믹하: 내용 자체는 저희가 대개 많이 테스트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앉혀 놓으면 쓸 내용이 매우 많다.― 그럼 ‘구르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이런 유의 책들을 주로 만들 예정인가.▲ 냐브: 될 수 있으면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나중엔 또 마스터라는 이름을 쓰는 게임을 만들지도 모르지만, MC의 부담이 적고. MC가 재미있고. 그리고 모두가 ‘어 이거 쉽다’고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보통 RPG의 경우 이전에는 단편이 다섯, 여섯 시간씩 걸렸는데, “고대해”는 메이킹까지 포함해서 두 세 시간이면 끝난다. 사실 현대인의 가장 큰 자원이 시간과 공간이다. 그래서, 그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을 계속 만드는 것이 목표다. “피아스코” 롤북에 보면 ‘영화 한 편을 볼 시간에 영화 한 편을 같이 만드는 체험을 하자.’고 되어 있는데, 저희 콘셉트와도 맞는 이야긴 것 같다.
와우스타 웹컬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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