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휴대전화를 자동차에서 충전하면, 어차피 자동차를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전기를 쓰는 것이므로 '공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에선 휴대전화 1대의 자동차 충전 시 휘발유 1 갤런(3.8ℓ) 당 0.03 마일(48m)의 주행거리를 깎아 먹게 된다. 이는 미국 전체로 1년 동안 휴대전화 충전에만 1억 갤런의 휘발유가 더 소비되고 그 비용은 2억 달러에 이른다고 블룸버그닷컴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또한 약 97만t의 이산화탄소가 더 배출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승용차 18만 5천257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같고, 석탄 9억 4천500만 파운드(43만t)를 태울 때 내는 것과 같은 대기 오염량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에서 자동차 동력 연구를 책임지는 엔지니어링 임원 출신인 존 버레이사의 계산과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추산을 종합한 것이다.

버레이사는 와이파이나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을 차량에서 충전하는 데 약 4.8W(일부 저효율 기기의 경우 그 2배로 추정)가 필요하며, 휘발유 1갤런 당 30 마일(48km)을 주행할 수 있고, 미국 전체 자동차가 1년 동안 평균 시속 30마일로 총 3조 마일을 주행하는 것을 전제로 계산했다. 문제는 자신의 승용차를 개인 집처럼 활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자동차 회사들이 터치 스크린을 포함해 점점 더 많은 전자기기를 승용차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자동차를 내놓는다는 데 있다.

올해 하반기 시판될 크라이슬러의 신형 퍼시피카 미니밴은 USB 단자가 기존 4개에서 9개로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또 12볼트 배터리 대신 48볼트 배터리를 장착하려는 움직임도 자동차 업계에선 벌써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유에스비(USB) 충전 단자를 가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2005년 약 330만 대에서 지난해 1천460만 대로 늘었고, 2022년까진 1천67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론 지난해 약 4천900만 대에서 2022년 8천5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컨설팅업체 IHS는 추산했다.

휴대전화의 자동차 충전에 따른 비용과 대기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은 가능한 한 미리 가정에서 충전하는 것이라고 버레이사는 조언했다. 휘발유 1갤런에 2달러라고 치면, 자동차에서 1시간 충전할 경우 약 2센트가 드는 데 비해 집에선 0.06센트밖에 들지 않는다. 자동차에서 충전 비용이 33배 많은 셈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가정 충전이 자동차 충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버레이사는 "우리는 에너지가 우리의 모든 활동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지 못한 채 살고 있다"며 "플러그를 꽂고 스위치를 켜고 버튼을 누를 때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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