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의 역외 위안화 시장에 대한 무자비한 개입으로 홍콩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 주말 연 4% 수준이던 홍콩 위안화 시장의 하이보금리(은행 간 하루짜리 대출금리)는 11일 13.4%, 12일에는 66.8%까지 폭등했다. 위안화 대출금리가 비상식적 수준까지 뛴 것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씨를 말려버린 탓이다. 인민은행은 환투기 세력의 공격으로 역외시장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 주말부터 거의 무제한으로 위안화를 매입했다. 위안화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은행 간 금리가 폭등한 것이다.

홍콩 역외 시장은 중국 당국의 직접 통제하에 있는 역내 시장과 달리 위안화 거래가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 외환 트레이더들은 위안화의 추가 하락을 예상해 연초에 집중적으로 위안화를 매도했다. 그 결과 지난주까지 역외 환율은 역내에 비해 달러당 0.16위안가량 높게 거래됐다. 2% 넘게 저평가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연이틀간의 개입으로 역내·외 환율 격차는 거의 사라졌고 어제 역외 환율은 한때 달러당 6.5677위안으로 역내 환율보다 고평가되기도 했다.

이번 일은 홍콩 당국이 1997년 소로스 등 환투기 세력을 상대로 벌이던 ‘환율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홍콩 경제사령탑이던 도널드 창은 은행자금이 홍콩달러 투매에 동원되고 있다고 판단, 대(對)은행 여신을 중단했다. 그 결과 은행 간 하루짜리 금리가 연 6%에서 하루 만에 25%까지 오르고 1개월짜리 금리는 47.5%까지 치솟기도 했다. 인민은행 역시 이런 사례를 참조했을 것이다. 투기세력의 농단을 결코 용납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시장 개입은 위안화 국제화에 역행할 뿐이다. 어제 하이보금리는 8.3%대로 낮아졌지만 자유시장으로서의 홍콩 시장 기능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중국 스스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새해 들어 연일 고시환율을 크게 높여 놓고 투기세력만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중국의 경제 운영도, 위안화도 모두 국제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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