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응답하라 1988’이 종영을 앞두고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화제의 중심인 성덕선(혜리)의 남편찾기 결과부터 선우(고경표)-보라(류혜영), 정봉(안재홍)-미옥(이민지) 커플의 미래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은 온통 드라마의 결말에 쏠려있다.

게다가 ‘응답하라 1988’이 여주인공의 감정선이 결말 직전에는 거의 드러났던 전작과는 달리 덕선의 마음이 현재 누굴 향해 있는지 쉽게 짐작하기 힘들어 이런 스포일러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스포일러로 골치를 썩던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은 결국 ‘법적 제재’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또 한 커플의 결혼식 사진이 뉴스 연예면을 화려하게 장식했을 뿐이었다.

‘응답하라 1988’은 누구에게, 어떻게 스포일러 습격을 받았을까. ‘응답하라 1988’을 덮친 ‘지뢰밭 스포일러’ 유형을 알아봤다.

#취재진-알고보면 취재진도 시청자다

‘응답하라 1988′ 대부분의 스포일러는 기사로 발생했다. 취재진들은 덕선, 정환의 미래 직업부터 정봉의 7수 성공 여부까지 기사로 작성해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때로는 틀린 내용도 있었지만 취재진의 스포일러는 대부분 100%에 가까운 적중률을 자랑했다. 특히 1988년에서 1994년으로 ‘타임워프’를 거친 ‘응답하라 1988’에서는 정봉의 대학 진학이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 정봉은 대학 진학에는 성공했으나 스포일러대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7수 끝에 서울 명문사립대, 그것도 법대에 진학했으니 정봉이를 위해서 [축하], [경축], [경사] 등의 축하를 의미를 담은 제목을 달아주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을 뻔 했다.

#엑스트라-스파이는 내부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촬영에서 동원된 엑스트라 배우들도 스포일러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관, 레스토랑, 공연장 등 단체 촬영에서 배우들과 함께 한 엑스트라들은 촬영 후 자신의 SNS에 짧은 후기를 남기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떤 장면을 촬영했는지 이른바 ‘후기’를 알렸다. 가까운 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엑스트라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스포일러로 변질됐고, 이들은 의도치 않게 내부의 적이 됐다.

#촬영장 목격자-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시청자들의 관심도 스포일러 양성에 힘이 됐다. 오가다 우연히 ‘응답하라 1988′ 촬영 현장을 목격한 시청자들은 촬영장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현재 촬영 중인 장면을 미리 언급해 앞으로의 전개를 추측하는데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방송 전 지프차를 함께 타고 가는 덕선-정환(류준열), 콘서트장에 함께 있는 덕선-택(박보검)의 스포일러가 퍼지며 남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이서진 조카-복병은 의외의 곳에 있다

‘꽃보다 할배’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도 한 이서진의 귀여운 조카가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은 파장을 몰고 왔다. 이서진 조카는 최근 ‘응답하라 1988′ 촬영장에서 류준열과 함께 한 사진을 올리며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덕선이 남편이 정환이 아니냐는 추측에 불을 붙였다. 게다가 이서진이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박보검의 성인 역을 맡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인연으로 이서진이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출연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서진 측은 “이우정 작가와의 친분 때문에 촬영장에 갔을 뿐, 출연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어남류’를 응원했던 이서진 조카의 순수했던 마음이 스포일러가 될 뻔한 웃지 못할 사연이었다.

#국회의원-‘응답하라 1988′ 인기, 놓치지 않을 거예요

‘응답하라 1988’은 역시 대국민적인 화제였다. 이번에는 스포일러에 국회의원까지 직접 나섰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광진 의원실은 트위터를 통해 “지금 공군회관에서 응팔의 류준열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리트윗수 1000이 넘으면 알려드릴게요”라는 글을 올려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마치 ‘응답하라 1988’의 인기에 힘입어 화제를 얻고 싶다는 듯한 ‘리트윗수 1000이 넘으면 알려주겠다’는 말 때문에 시청자들의 비난은 쇄도했고,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실은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이어 김광진 의원실은 “김 의원이 직접 올린 것이 아니라 의원실 직원이 쓴 것”이라며 “스포일러성 글을 올려서 죄송하다. 조금 전 트윗의 답변은 두 배우가 모두 결혼식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결과는 본방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사과했다. 2중, 3중으로 촬영 현장을 단속하며 스포일러 막기에 급급했던 제작진은 엉뚱한 데서 뒤통수를 맞았다. 역시 복병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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