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바닥이 뚫린 듯하다. 불과 한 달여 전 배럴당 40달러대였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0달러 선도 위태롭다. 12년 만의 최저치다. 두바이유는 이미 28달러대로 추락했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 같은 공급 확대,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둔화에다 강(强)달러까지 겹친 결과다. 모건스탠리는 위안화 추가 약세 등 통화가치 변동만으로도 WTI가 배럴당 20~25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헤지펀드들도 유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현재로선 바닥을 알 수 없다.

과거엔 유가 하락이 무조건 득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유가는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됐다. 100% 수입하는 원유값이 오르면 수입 부담이 커지고 내리면 수출과 해외 수주가 타격을 입는다. 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긍정효과와 부정효과가 동시에 작용한다. 불과 4~5년 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때와는 정반대 고민거리가 저유가 쇼크다. 따라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고정관념으론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유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낡은 ‘자원고갈론’에 머물러 있다. 물론 지구가 유한하니까 자연 재생이 안 되는 석유도 무한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조건(매장량, 소비량)만 놓고 석유가 곧 바닥난다는 식의 고갈론은 허구임이 드러난 지 오래다. 1970년대 초 소위 로마클럽이 40년 뒤 석유 고갈을 장담했지만 고갈은커녕 확인된 매장량만으로도 향후 수십년은 더 쓸 수 있다. 고갈론이 맞는다면 지금의 초저유가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본란에서 누차 지적했듯이 석유는 고갈되지 않는다. 지구의 무수한 지하자원 중에 고갈된 사례도 없다. 자원이 한정됐다 해도 인간의 창의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석유가 부족해지면 대체에너지를 찾아내는 게 인간이다. 나무 대신 석탄, 석탄 대신 석유가 인류의 에너지원(源)이 돼온 과정이 그랬다. 돌멩이가 부족해 석기시대가 끝난 게 아니듯이, 석유가 부족해 석유시대가 끝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인간만이 ‘근본 자원’임을 깨달을 때 저유가 쇼크도 대책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