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B-52
미국 뉴욕타임스는 1966년 11월8일자 1면에 B-52 폭격기를 1975년까지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폭격기가 너무 노쇠했기 때문에 참신하고 빠른 폭격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대안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선 레이건 대통령이 “B-52는 이 폭격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들보다 나이가 들었다”며 교체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레이건 시대는 빠르면서도 적에게 식별되지 않는 B-1 폭격기를 생산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B-1은 출발이 좋지 않았다. 1985년 3만명의 관중이 모인 시험 비행에서 하늘을 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1997년에는 20억달러가 투입된 B-2 스텔스 기종도 선보였다. 이 역시 B-52를 대체하지 못했다. 기상악화 상황에서 센서와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점을 드러냈던 것이다.

B-52는 첫 비행한 지 환갑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국 공군의 상징이자 안전보장과 억지력의 아이콘이다. 비행기 속도나 항속거리, 이륙 중량 등 모든 측면에서 다른 폭격기를 압도한다. 1946년에 개발된 폭격기 B-36을 본뜬 이 전투기는 1956년 태평양 비키니섬에 실험용 수소폭탄을 투하했고 1960년대엔 베트남에서 융단 폭격으로 명성을 날렸다. 2013년에는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던 동중국해 지역에 모습을 드러내 중국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에 76대가 있으며 절반가량이 미국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있다. 2040년까지 그 위용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B-52가 용산 전쟁기념관에 한 대 전시돼 있다는 건 특이하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H타입보다 오래된 D타입이다. 미군이 월남전에서 사용하다 퇴역 후 미 애리조나주 투산에 보관된 것을 고(故) 이병형 장군이 미군을 설득해 도입했다고 한다. 그 B-52가 주말인 10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해 비행훈련을 했다.

수소폭탄과 공대지 핵순항미사일, 지하 벙커를 초토화하는 폭탄 벙커버스터 등을 탑재했다. 북한은 이 전투기를 무엇보다 겁낸다고 한다. 지난해 남북이산가족 회담 당시 상봉의 걸림돌이 B-52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북한은 어제 성명에서도 “지금 미국은 남조선에 핵전략 폭격기 편대를 들이민다 어쩐다 하며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B-52는 60년 전인 1952년에 첫 시험 비행했다. 그 B-52가 아직도 이처럼 건재하다는 것이 놀랍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