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국제부장 psw@hankyung.com
[박성완의 데스크 시각] '스타워즈' 레이와 현실의 여전사들

올해 주요 글로벌 관심사 중 하나는 ‘슈퍼 파워’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아직 11개월가량 남았지만 현재로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권에 가장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8년 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데 이어 올해는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지 주목된다.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의 등장이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작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있고, 한국도 여성 대통령이다. 이번 주말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승리하면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이 된다. 차기 UN 사무총장으로도 여성이 거론되고 있다.

美서 첫 여성 대통령 나올까

정치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선 작년에 처음으로 여성 대졸 취업자 수가 남성 대졸 취업자 수를 추월했다. 언론사에도 여기자들이 꽤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부엔 여기자를 받지 않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부장들이 있었지만, 머릿수가 늘자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젠 ‘여기자라서 어떻다’라기보다는 ‘누구는 일을 잘하고, 누구는 별로다’는 개인 능력에 대한 평가들이 나온다.

기업마다 여성 임원이 나오는 것도 이전보다 덜 화제다. 물론 아직 한국 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극히 적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코스피200 상장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작년 상반기 기준 2.34%, 사내이사는 1.17%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이 86.5%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100대 상장사 여성 비상임이사 비율은 31.4%, 사내이사는 9.6%다. 일찍부터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활발했던 서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여성 인재 풀의 규모가 차이 날 테니. 미래는 지금과 다를 것이다. 여전히 남성 위주 기업문화에서 ‘살아남는’ 여성들의 숫자가 늘고, 여성들도 핵심 업무를 맡아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마음을 움직이는 ‘포스’

요즘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여(女)전사’들의 활약이다. 지난해 말 개봉한 스타워즈 시리즈 최신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시리즈 최초로 여성 주인공 레이를 내세웠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의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이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주인공 퓨리오사도 강한 여전사 캐릭터다. 뉴욕타임스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 주인공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달라지는 여성상과 젊은 여성층의 구매력 증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하는 게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는 ‘양성 평등’이란 이념적 차원에 앞서 경제 문제이고, 여성 고위직 증가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변화가 됐다.

스타워즈의 주인공 레이는 적에게 잡혔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포스(힘의 원천)’를 발휘해 감시하는 병사를 움직여 탈출했다. 영화 속 초능력은 아니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과 소통 능력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크고 작은 한계를 돌파해 나가는 데 주요한 힘이 된다. 현실의 ‘여전사’들에게도 스타워즈의 명대사처럼 ‘포스가 함께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

박성완 국제부장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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