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화장품 김용태 대표여드름은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이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무엇보다 심각한 고민이다. 자꾸 신경 쓰이고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온갖 시술과 치료약, 피부관리법이 발달한 최근에는 그런 일이 드물지만 80~90년대만 해도 여드름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청소년의 이야기가 언론지상을 빈번히 장식하곤 했다.예은화장품 김용태 대표도 소싯적 그랬다. 어른이 됐는데도 없어지지 않는 여드름 때문에 당당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보다 못한 지인 중 한 명이 미국에서 화장품을 사서 보내줬다. `미아사샤`라는 브랜드였다. 좋다는 약과 화장품은 다 써본 김 대표는 미심쩍어 하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그 제품을 발랐다. 일주일이 지나니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고 한 달이 지나자 십 수 년을 괴롭혀 온 여드름이 말끔히 사라졌다.# 생경했던 화장품 사업…거듭된 영광과 좌절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드름으로 고민하는지 잘 알고 있던 김 대표는 미아사샤가 한국에서도 팔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그냥이라도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절박했던 그는 당시 하던 다른 사업도 접고 미아사샤의 국내 론칭에 매달렸다.그러나 그때만 해도 화장품 수입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더욱이 미아사샤 제품 라인 9종 가운데 4개는 의약품이라 어려움이 더했다. 갖은 시행착오로 3년이라는 시간이 허비됐다. 모아놓은 돈을 다 까먹었을 무렵 간신히 수입허가가 나왔고 1992년 7월 미아사샤코리아가 본격 출범했다.예상대로 화장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기존의 화장품 방문판매 방식이 아닌 보험영업 시스템을 접목한 게 빠른 성장세에 불을 붙였다. 한때 미아사샤코리아가 국내 기업 가운데 화장품 수입규모 최상위권을 점할 정도였다.미아샤사코리아는 엘리자, 사샤리 등으로 취급 브랜드를 늘리며 승승장구했다. 전국에 판매조직이 생겼고 직원 수가 3천명이 넘어갔다. 김 대표는 효율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각 지사를 독립시켰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독립지사들은 본사의 방침과 동 떨어진 영업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일관된 정책과 지속적인 교육을 무기 삼아 사업을 확장해 온 김 대표로선 당황스러웠지만 통제는 어려웠다.엎친데 덮친격으로 판매를 대행한 텔레마케터 업체가 온갖 과장광고로 신문, 잡지를 도배했다 당국에 적발됐다. 그 죄는 고스란히 미아샤사코리아가 덮어썼다. 퇴행적인 지사 운영과 무리한 광고 홍보. 모두 매출에 눈이 멀어 벌이진 일이었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김 대표가 손 쓸 수 있는 일은 없었다.창고에 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재고 화장품을 쌓아둔 채 사업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파산이 임박했을 즈음 또다시 반전이 생겼다. IMF 사태가 터지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화장품 수입길이 막힌 수많은 방판, 다단계 업체들이 김 대표에게 재고 물량을 있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는지 줄지어 제품 공급을 요청해 온 것이다. 애물단지였던 창고의 화장품들이 김 대표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것이다.# 성공의 제1조건은 역시 `품질`…대미는 `K-뷰티`와 함께짧은 기간 영광과 좌절을 거듭해 맛 본 김 대표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사업에 나섰다. 요란한 외형 확대와 유명세보다는 탄탄한 내실과 신뢰를 다지는데 집중했다.사명도 미아사샤코리아에서 예은화장품으로 바꿨다. 한때 60개가 넘어가던 판매지사 수는 1998년 사명 변경 이래 지금까지 30개 내외로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판매사원들 또한 그 수에 큰 변화가 없다. 대부분이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이들로 이제는 가족과 같은, 친구와 같은 신뢰를 쌓았다.무엇보다 공을 들인 건 역시 제품이다. 안전하고 뛰어난 효능의 제품이라면 어떤 변수나 어려움에도 소비자들이 지켜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더욱이 일생의 숙원을 이뤄준 화장품에 매료돼 생각지도 않던 화장품 사업에까지 뛰어든 김 대표였다. 그가 좋은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데 총력을 들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화장을 거부한다`라는 회사 슬로건에 걸맞게 오직 건강 피부를 위한 화장품 개발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사명과 같은 예은을 비롯해 오펀시어, 아루아, 뉴트리셔스 등 자체 개발한 브랜드들이 차례대로 론칭됐다."아직도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은 무궁무진합니다. 박사가 따로 있습니까? 화장품 회사를 운영한 지 벌써 24년인데 어떤 성분을 어떻게 쓰고, 어떤 화장품 어떻게 만들어야 건강한 피부를 만들 수 있을지 현장에서 체득하고 통달했지요."예은화장품은 2011년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인 엘리자(Elyssa)를 인수했다. 엘리자는 여드름을 비롯한 트러블 피부에 특화한 브랜드로 김 대표를 화장품 사업으로 이끈 미아사샤와 같은 기능 및 효과를 지니고 있다.오랜 기간 예은화장품이 수입·판매하면서 미국보다 한국에서의 매출 실적이 높아진 데다 엘리자가 세계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R&D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이 사 전격 인수에까지 이른 것이다.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지 어느새 24년. 스스로 은퇴가 멀지 않았다고 말하는 김 대표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특히 사명 변경 이후로는 신중하게, 묵묵히 좋은 제품 개발에 전념하며 회사를 이끌어 온 그다. 그런 그가 최근 유일하게 욕심내는 일이 있다면 엘리자를 앞세워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일이다.엘리자의 제품력이라면 어떤 시장이든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K-뷰티` 전성시대를 맞아 한국 회사가 인수한 미국 브랜드로 해외시장을 누비는 것 또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성과가 클 것이란 설명이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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