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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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 연구진 "두 가지 이상 암 동시 진단 가능"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진이 주사 한 방으로 체내 암세포를 종류에 따라 다른 색깔의 형광으로 24시간 내 진단할 수 있는 나노캡슐을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송현석 박사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권오석 박사팀은 11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나탈리 아치 교수, 예일대 김재홍 교수와 공동연구로 체내 주입하면 암세포에 찾아가 형광을 방출하는 나노캡슐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일반 형광과는 반대로 에너지가 낮은 긴 파장의 빛(빨간색 계열)을 받으면 에너지가 높은 짧은 파장의 빛(파란색 계열)을 내는 '상향변환(upconversion)' 유기형광 염료를 이용했다.

상향변환 특성이 있는 두 개의 다른 유기형광 염료를 나노캡슐 안에 가두고 캡슐 표면에 질병 표지나 표적에 선별적으로 결합하는 두 종류 이상의 바이오탐침(항체, 펩티드 등)을 붙였다.

연구진은 이 나노캡슐을 주사하고 긴 파장의 빛을 쏘여 촬영하면 바로 암세포를 종류별로 다른 색깔의 형광으로 확인할 수 있어 주사 한 방으로 신속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이 기술이 검사받는 환자의 고통과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암과 유방암 세포를 가진 쥐를 만들고 두 가지 암세포에 결합하는 바이오탐침을 붙인 나노캡슐을 주사한 다음 빨간색 계열의 빛을 쪼이자 대장암은 녹색 형광을, 유방암은 파란색 형광을 각각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방법은 생체조직에 거의 손상을 주지 않는 장파장의 빛을 이용할 수 있어 진단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실리카 나노캡슐 기술이 적용돼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중 암 진단·치료에 활용돼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조기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를 동시에 수행하는 환자 맞춤형 멀티테라그노시스(multi-theragnosis) 연구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어 이 연구는 상향변환 유기형광 염료를 산 동물의 질병진단에 처음 적용한 사례라며 이를 인체에 적용하려면 상향변환 효율을 더 높이는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명연 권오석 박사는 "이 상향변환 나노캡슐은 다양한 에너지 상향변환용 유기형광 염료를 액상으로 실리카캡슐에 가두는 기술이 있어 가능했다"며 "선택적 암 다중진단 연구에 응용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기초지원연 송현석 박사는 "이 성과는 신체 조직의 투과율이 좋고 조직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여러 종류의 암을 선택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 암의 종류뿐 아니라 암 전이까지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 학술지 'ACS 나노(ACS Nano, 1월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