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자인에서 새삼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UI(User Interface)'다. 사전적 의미는 '사용자들이 컴퓨터 시스템 또는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입력이나 동작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령 또는 기법'으로 정의돼 있다. 어려운 것 같지만 한 마디로 컴퓨터를 조작할 때 최대한 손쉽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UI'는 자동차라고 예외가 아니다. 운전자의 편의 품목 조작이 쉬워야 하며, 필요한 경우 경고도 해줘야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정보 연결 능력, 즉 '연결성(Connectivity)'이 화두로 떠오르며 UI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칼럼]자동차 계기판이 컴퓨터 화면인 세상

이런 이유로 완성차는 물론 자율주행에 진출하려는 전문 부품기업도 UI 차원에서 미래 운전석 디자인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입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능력이 커질수록 운전자에게 알려줘야 할 내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운전자는 할 일이 줄어 스티어링 휠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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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 강화에 따른 운전석 디자인의 변화는 지난 9일 막을 내린 2016 CES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자동차회사마다 미래형 운전석을 앞 다퉈 선보였고, 부품회사도 자신들의 기술 능력을 운전석에 담아냈다. 한 마디로 운전석 앞, 정확하게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그래픽 기반의 컴퓨터로 전환돼 IT 기업의 참여가 활발했다. 엔비디아가 슈퍼컴퓨터 ‘드라이브 PX’로 여러 완성차기업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도, 콘티넨탈이 미래 커넥티드 자동차를 위해 도입한 ‘커브드 센터스택 시스템(Curved Centerstack System)’도 결국은 자동차를 컴퓨터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 소통 과정이 'UI'라면 자동차 또한 해당 범주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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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경우 움직이는 기계라는 점에서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IT 기업의 적극적인 행보도 주목된다. 한 동안 개인용 PC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IT의 먹거리였다면 이제는 자동차를 그냥 컴퓨터로 인식해 그들의 미래를 걸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의 생존전략은 운전석 변화를 더욱 다양하게 이끌어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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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결코 느려지지 않는다. 자동차가 아니라 컴퓨터로 바뀌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다. 이른바 '바퀴 달린 스마트 디바이스'가 도로에 넘쳐날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미래 세대는 오히려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고, 이들을 잡기 위해 자동차기업은 보다 컴퓨터에 가깝도록 기계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IT 기업의 영향력은 점점 높아지고, 동일 과정이 반복되면 자동차회사가 컴퓨터기업으로 간판을 바꿀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인텔모터스'와 'BMW컴퓨터'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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