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주류유행 변화에 급감…중국·대만 등 새 시장 탐색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수출에 날개를 달았던 막걸리가 수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와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부터 한류와 엔고(円高)를 타고 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 일본 수출액은 2009년 540만달러, 2010년 1천558만5천달러, 2011년 4천841만9천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일본으로 막걸리를 수출한 금액은 2년새 8배 넘게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면서 2011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막걸리가 뜨기 시작하자 역으로 국내에서도 막걸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불어닥친 불황에 국내에서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등 주류 판매가 급감했지만 유독 막걸리만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내 '막걸리 붐'의 원동력이었던 한류가 침체하고 엔고가 엔저(円低)로 바뀌면서 막걸리 전성기는 금세 막을 내렸다.

막걸리 일본 수출액은 2011년 정점을 찍고서 2012년 3천199만달러, 2013년 1천362만5천달러, 2014년 914만8천달러, 2015년(1∼11월) 600만1천달러로 줄었다.

4년만에 수출 규모가 약 8분의 1 수준(12.4%)으로 감소했다.

일본 주류 유행 변화도 막걸리 소비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막걸리 주 소비층이던 여성과 젊은 층 사이에서 저알콜·무알콜 주류,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하이볼' 등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막걸리 최대 수출처인 일본으로의 수출이 줄면서 지난해(1∼11월) 전체 막걸리 수출액은 1천168만1천달러로 2011년(5천273만5천달러)보다 77% 감소했다.

전년 같은기간(1천395만8천달러)와 비교해도 16.3% 줄어든 실적이다.

전체 막걸리 수출액에서 일본 수출액 비중도 2011년 91.8%에서 지난해 51.4%로 떨어졌다.

막걸리 일본 수출의 흥망성쇠는 국내 막걸리 산업 전반을 쥐고 흔들었다.

짧지만 화려했던 전성기 후 찾아온 수출 부진으로 국내 막걸리 생산도 하락세다.

통계청 광업제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생산량은 수출 붐을 타고 2009년 21만4천69㎘, 2010년 38만7천724㎘, 2011년 44만3천151㎘으로 2년새 약 2배로 증가했다.

그러다가 막걸리 생산량은 금방 감소세로 돌아서 2012년 41만6천94㎘, 2013년 38만3천395㎘, 2014년 37만6천696㎘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제 막걸리 업계는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한다.

실제로 홍콩(2011년 3만9천달러→2015년 45만5천달러)과 대만(1만6천달러→16만7천달러)으로의 수출이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각각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고성장하는 추세다.

이 기간 일본에 이어 막걸리 수출 2위국인 중국으로의 막걸리 수출도 127만2천달러에서 184만3천달러로 44.9% 증가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쌀을 소비해 쌀에 대한 인식이 높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막걸리 시장 성장률이 높다"며 "생막걸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알코올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수출 부진에도 여전히 일본은 한국이 막걸리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여서 막걸리 업계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3%대 저도주에 요구르트·포도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막걸리를 일본에 출시하는 등 현지 주류 트렌드에 맞춰 수요 창출에 힘쓰고 있다.

전통주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제2의 막걸리 수출붐'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일대에서 현지 한국 식료품 판매점과 연계해 '막걸리 팝업스토어' 등 막걸리 판촉 행사 정례화를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막걸리수출협의회 등과 팝업스토어 장기 운영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활성화를 위해 국내에서 10월에 열리는 '막걸리 페스티벌' 등의 행사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