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SK의 면세점 자산을 한꺼번에 인수하려는 것은 이른 시간 내 면세점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다. 면세점을 처음 여는 데다 두산타워 외에 유통 관련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24년간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쌓은 SK를 최고의 도우미로 판단했다.

면세점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SK도 여러 번 쪼개 파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한 번에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 5년마다 사업권자를 새로 선정해 면세점업계의 고용 불안을 조장한다는 현행 면세점 인가제의 ‘아킬레스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두산과 SK 간 ‘면세점 빅딜’이 두 그룹뿐 아니라 제도적 허점까지 보완하는 ‘윈윈 거래’로 평가되는 이유다.
[두산-SK '면세점 빅딜'] 두산 '면세점 원샷 구축' - SK '원샷 철수'…둘다 웃는 윈윈 거래
◆두산은 ‘연착륙’, SK는 ‘원샷 해결’

두산은 작년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자로 선정된 직후부터 SK와 접촉했다.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은 롯데는 명동 등에서 계속 면세점사업을 하지만 서울 워커힐호텔점만 보유한 SK는 면세점사업을 아예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에 SK는 두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두산 외에 협상 파트너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HDC신라(용산)와 한화 갤러리아63(여의도) 신세계(명동) 등도 SK의 면세점 자산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SK는 “면세점 인력과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여러 기업과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라와 한화가 서울 시내면세점을 새로 연 즈음이다. 면세점 개장 준비 과정에서 전문 인력과 창고가 필요했지만 면세점 영업을 시작한 뒤엔 SK의 자산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남은 건 신세계와 두산이었지만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는 두산보다 여유가 있었다. 두산을 제외한 3개 업체는 “일부 전문 인력을 제외하면 SK면세점의 직원과 물류창고, 운영시스템 등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두산은 면세점업체가 제품을 직접 구입해 파는 면세점사업의 특성상 제품을 보관하는 물류창고와 재고 관리 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두산은 또 협상 조건에 따라 SK면세점의 골칫거리를 상당 부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는 면세점 직원의 고용 승계와 남은 재고 물품을 처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권 반납 기한인 오는 5월 말까지 100% 처리하기 힘들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5년 시한부 인가’ 파장 덜 수 있어

두산과 SK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정부도 부담을 덜게 된다. 그동안 면세점 특허권은 10년 단위로 자동 갱신되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사업권 기한이 5년으로 단축됐다. 기존 사업권자도 다른 사업자와 같은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5년 면세점’ 제도로 바뀌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지난해 말 신세계와 두산이 새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고 롯데와 SK가 사업권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의 정규직, 매장 직원 등 2000여명이 직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5년 시한부’ 특허권 제도가 면세점업계의 고용 불안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달 롯데그룹이 “잠실 월드타워점 직원들의 고용을 100% 책임진다”고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두산이 SK의 정규직을 대부분 흡수하면 면세점발(發) 고용 불안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된다. SK면세점 직원 800여명 중 정규직을 제외한 600여명은 대부분 입점업체 소속 파견직이어서 새로 문을 여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 그룹 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면세점 직원 일자리를 잃게 한다는 현행 면세점 제도의 허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이수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