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돈 좀 벌어봅시다] 30대, 투자기간 길게 잡고…50대, 목돈 함부로 헐지 마라
6000만원 모은 직장생활 6년차 30대 ‘쪼개라’

주식형 투자 많은 ‘공격형’, 같은 자산도 4~5개로 나눠야
연 기대수익률 10%로 잡고 7년 재투자하면 원금 2배로


직장인 김민재 씨(35)는 5년간 매달 100만원씩 은행 적금을 들어 6000만원가량을 모았다. 결혼비용과 전세금을 마련하려면 최소 2억원은 필요한데 겨우 연 1~2%대 이자를 받아선 답이 없다는 생각에 주식 관련 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627% 뛴 한미약품이나 86% 넘게 오른 아모레퍼시픽 같은 급등주들을 보니 종목 투자로 1억원은 벌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한 해에 이런 수익률을 내는 종목은 희박하다. 대박이 났다 하더라도 ‘상투’를 잡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실제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초부터 7월 말까지 100% 넘게 상승했지만 그 이후 연말까지 54%가량 하락했다. ‘꼭지’에 들어갔다면 단 5개월 만에 5년간 모은 투자 원금의 절반이 날아갔을 것이다.

이른바 ‘주식 전문가’라고 불리는 펀드매니저들의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고작 3.37%였다. 김씨 같은 직장인이 아무런 경험 없이 그저 요행을 바라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적은 종잣돈이라도 다양한 상품에 장기간 분산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조언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 PB 20명에게 6000만원 종잣돈을 가진 직장 초년생들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추천받은 결과 절반가량(2400만~3000만원)은 주식 및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공격형’을 제안했다. 국내 주식 상품에서는 배당주펀드와 중소형주펀드를, 해외 주식 상품에선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주식펀드와 중국 본토펀드 중에서 각각 한 개씩 골라 비슷한 금액을 나눠 넣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나머지 10~15%에 해당하는 600만~900만원은 채권형펀드에, 20~30%인 1200만~1800만원은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채우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때 국내 채권형펀드에서 나올 수 있는 수익률은 연 3~4%, ELS는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 등 주요 지수가 기초자산인 경우 연 6% 안팎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채권형펀드나 중위험 중·수익형인 ELS, 국내외 주식형펀드와 개별 주식을 골고루 담아 투자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10% 수준이다. ‘겨우 10%?’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현재 정기예금 금리와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률(2.39%)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갈수록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재테크 시장에서 젊은 직장인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시간’이다. 이미 모아놓은 종잣돈 외에도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50%는 견조한 실적을 내주는 우량 주식을 차곡차곡 사모으거나 매니저 변경 없이 일관성 있게 운용되는 주식형펀드에 적금처럼 넣으라는 게 증권사 PB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큰아들 결혼 앞둔 중견기업 임원 50대 ‘짧게 굴려라’

은퇴 후 자금 마련이 우선
주식·채권 비중 50대 50으로 5년 이상 장기투자 피하고 자산 20%는 현금 보유를


중견기업 임원인 박경락 씨(56)는 올해 장남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아들이 반(半)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데 1억원을 보태줄 생각이지만 은퇴가 다가오면서 현금 사정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의 132㎡(약 40평)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박씨의 현금성 자산은 3억5000만원. 이 중 큰아들에게 1억원, 앞으로 결혼할 둘째 아들에게 1억원을 떼어주고 나면 본인은 1억5000만원으로 노후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엔 박씨와 비슷한 걱정을 안고 있는 부모들이 즐비하다. 평소 거래하는 증권사 PB가 박씨에게 내놓은 조언은 증여를 최소화하고 노후 자금을 최대한 비축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팀장도 “은퇴자금 확보가 안된 상황에서 자녀에게 목돈을 떼어주는 것은 자산관리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 PB들은 퇴직까지 5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50대가 3억원의 자금을 굴린다면 중위험·중수익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펀드 포함)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국내 주식에 10%,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심의 해외 주식에 40%를 투자하는 방안이다. 채권투자는 미국 금리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채권에 30%,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양호한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채권에 20%를 투자한다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 5%대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투자는 만기를 3년 정도로 가져가야 장기 금리변동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눈높이도 낮출 것을 당부했다. 은행 금리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수익률에 만족해야지, 공격적인 고위험 투자는 위험하다는 것. 임원인 만큼 사실상 언제 퇴직할지 모르기 때문에 5년 이상 장기 투자 역시 피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은 퇴를 코앞에 두고 있다면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단기자금에 20%의 자산을 떼어놓고, 국내주식(5%), 해외주식(10%), 신흥국 해외채권(15%) 비중은 낮추되 국내채권(50%) 비중을 높이는 안정형 포트폴리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시장에서는 즉시 대응이 가능한 펀드 중심의 자산배분이 유리하다. 해외주식 투자는 올해 새로 도입되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납입한도 3000만원)를 활용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 렇다면 박씨가 올해 갑자기 명예퇴직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 팀장은 “재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며 “최대한 절약하면서 재취업을 통해 일정 소득을 마련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보험사의 즉시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목돈이 묶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안상미/허란 기자 saramin@hankyung.com/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