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기자 ]"그나마 저희는 돈이라도 벌죠. 하지만 정말 힘듭니다. 아르바이트생 뽑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가게를 관리하다보니 몸이 성한 곳이 없어요."

경기 용인시에서 7년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3세)는 가게를 정리하고 업종을 전환할 계획이다. 동네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있다보니 장사가 좀 된다는 집이지만, 아내의 손목 관절염이 생각보다 심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전에 본사에서 재료를 받아 장사 준비를 하고, 아내는 오후부터 닭을 튀겨내기 시작한다. 저녁무렵 마감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1시다. 아내의 통증이 심해지면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려고 했지만 이 또한 마땅치 않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서비스업 부문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고된 삶이 녹아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증가하면서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늘었지만 사업체당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서다.
바른빵집 왕십리역 전경.
바른빵집 왕십리역 전경.
◆가맹점 산업, 규모는 늘지만 점당 매출액은 지지부진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매출액을 보면 편의점이 4억309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제빵·제과가 4억450만원이었다. 한식(2억4830만원), 피자·햄버거(2억3030만원), 커피전문점(1억6820만원), 치킨(1억1410만원)이 뒤를 이었다. 창업을 주도하고 있는 커피전문점이나 치킨은 하위권인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가맹점당 매출액 상위권인 제빵·제과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제과제빵 브랜드 중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한 곳은 파리바게뜨(3254개), 뚜레쥬르(1245개)였다. 이 두 개 브랜드가 전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조용히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빵집이 있다.

'바른 생각으로 바르게 만든 빵' 바른 빵집(대표 서정미, www.truebaker.com)이다. 지난달 개점한 직영 4호점인 왕십리역점은 개점 1개월만에 누적객수 1만4000명을 돌파했다. 왕십리역은 서울지하철 2·5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까지 지나는 쿼트러플 역이다. 그만큼 집객효과가 극대화되면서 방문객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창업한 바른빵집은 수도권 전철역 1호선 회기역을 시작으로 서울지역 지하철역과 병원 등 특수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와 합리적인 가격, 맛있는 빵 맛으로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왔다. 블랙과 화이트, 원목이 조화된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중독옥수수빵과 엄마카레빵 등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바른빵집'은 점포에서 매시간마다 즉석 생산해 빵맛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재료에 보존료를 전혀 섞지 않아 생산후 16시간만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와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달 바른빵집은 서울 길동 강동성심병원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환우들에게 빵을 증정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서정미 대표.
지난달 바른빵집은 서울 길동 강동성심병원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환우들에게 빵을 증정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서정미 대표.
◆바른빵집, 1월 중 3개점(논현점 외대점 명동점) 오픈 예정

함께 판매되는 커피는 루소 오리지널 에스프레션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구수한 향미와 가벼운 산미가 특징인 원두로 고가의 커피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면서 커피 애호가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수도권지역으로의 사업영역 확대 의지로 성남시 모란역에 2호점 매장을 냈으며, 11월에는 병원내 베이커리 진입의 초석을 위해 서울 길동에 위치한 종합병원인 강동성심병원에 3호점을 오픈한 바 있다.

오는 15일에는 서울 지하철 7호선 논현역 부근에서 논현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연면적 165㎡로 바른빵집 매장 중 최대 규모다. 매장은 학동역 사거리 더조은병원 1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장 앞쪽에 문화 콘서트를 위한 야외 테라스가 눈에 띄는 매장이다. 논현동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100% 우유만으로 만드는 우유 큐브식빵과 고급 수제 케이크가 주가되는 카페형 베이커리다.

서정미 바른빵집 대표는 "작년 9월에 1호점을 시작으로 단 3개월 만에 4개 점포를 본사직영으로만 내면서 노하우를 익혔다"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에는 외대와 명동 부근에도 매장을 추가할 예정이다.

바른빵집은 가맹점주의 이익을 최대로 보장하면서 본사와 상생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제시할 방침이다. 바른빵집을 운영하는 ㈜바른F&C는 이를 위해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소비패턴을 위한 CRM도 직접 나서고 있다.
지하에서 시작된 빵집의 반란, 개점 1개월 만에 1만4천명 몰려
서 대표가 이렇게 자신하는 까닭은 그 역시도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공급량에 따른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전자동 생산라인을 통해 마진구조를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진구조에서 본사는 돈을 벌수 있지만 가맹점주는 운영을 할 수록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며 "매출액 보다는 이익으로 가맹점주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바른빵집은 지점마다의 특징을 반영해 인테리어나 메뉴 등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가맹점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애기다.

서 대표는 "빵집을 하면서 액세서리나 꽃집을 겸하셔도 되고 지역에서 잘 팔리겠다 싶은 빵은 본사에 요청하고 됩니다"라며 "본사만 배불리는 구조가 아닌 가맹점주와 상생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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