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은행 ‘특판예금’이 최근 다시 나오고 있다. 특판예금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은행마다 한두 개씩 내놨으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낮춘 지난해 6월 이후엔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초저금리 탓에 은행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금리 0.6%P 더…은행 특판예금 쏠쏠하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은행들이 특판예금을 다시 내놓는 추세다. 연초 중국 증시 급락으로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특판예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예정했던 판매 기간을 연장하는 은행도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일 최고 연 2.06%의 금리를 주는 거치식예금을 내놨다. 다음달 말까지 한정 판매하는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1.91%다. 여기에 세 차례 이상 급여 이체를 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0.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신한은행도 다음달 4일까지 소속 여자농구단 성적과 연계한 ‘신한 에스버드 스피드업 정기예금’이란 특판상품을 판매한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 연 1.64%에 더해 요건을 충족하면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한국SC은행도 다음달 말까지 신규 거래를 트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자유입출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가입 후 5000만원 이상 잔액을 유지하면 3개월간 연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 최고 연 1.3%의 금리를 주는 특판상품이다. KEB하나은행도 기존 상품에 비해 최대 0.3%포인트 금리를 더 주는 특판 정기예금을 오는 3월 출시할 예정이다.

지방 은행들도 특판상품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3000억원 한도로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1년 만기 상품으로 기존 정기예금보다 0.3%포인트 높은 최고 연 1.75%의 금리를 준다. 경남은행은 당초 지난달 말까지만 팔 계획이던 정기예금 특판상품 판매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다. 최고 연 2.1%(1년3개월 만기)의 금리를 주는 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은행들이 이처럼 특판상품을 다시 내놓는 건 연말·연초 각종 성과급과 명절 상여금 등으로 여윳돈이 생긴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연초에 1년 만기 예·적금 만기가 집중되는데다 한 해 자금관리 계획을 짜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도 은행들이 특판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다. 금융권에선 오는 3월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면 소비자 유치를 위한 특판상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ISA는 한 계좌로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통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국내 시중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은행 예금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며 “초저금리 시대엔 연 0.1%포인트의 금리만 더 제공해도 소비자 유치효과가 크기 때문에 은행마다 특판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박한신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