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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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관리자산 200조원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100조원 고지를 돌파한 2011년 3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관리자산을 두 배로 불렸다. 지난해 새로 유치한 자금만 70조원이 넘는다.

55조원은 계열사인 삼성생명에서 넘어왔지만 나머지 자금은 개인 투자자, 정부 기금 등으로부터 유치했다. 알아서 굴려달라고 돈을 맡긴 일임 계약이 급증했고 중국과 인도 펀드에도 기대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국내 펀드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관리자산이란 공모펀드, 사모펀드, 일임자산 등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자금을 모두 합친 것이다.

불황에 더 강하다

삼성자산운용의 모태는 삼성생명이 1998년 설립한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이다. 이후 삼성증권 산하의 삼성투자신탁운용을 합병해 덩치를 키웠고, 2010년 회사 이름을 ‘삼성자산운용’으로 바꿨다. 10여년 전만 해도 삼성자산운용은 다른 국내 자산운용사들과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했다. 관리자산도 30조~40조원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의 삼성자산운용은 덩치 면에서 주요 글로벌 운용사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은행과 보험사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회사의 관리자산 순위를 집계하는 타워스왓슨에 따르면 관리자산이 1800억달러(원·달러 환율 1100원을 적용하면 200조원)면 아시아 10위권이다. 2014년 기준 10위를 기록한 스미토모생명(1976억달러)과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 전 세계 금융회사를 다 합해도 100위 안쪽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수익성과 안정성의 조화를 꾀하는 특유의 운용 스타일이다.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수익을 꾸준히 내다 보니 투자자의 신뢰가 두터워진 것이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삼성 브랜드의 힘은 시장이 좋을 때보다 안 좋을 때 드러난다”며 “수익률을 좇아 공격적인 자산운용사로 갔던 고객들도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삼성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삼성자산운용에는 연기금과 기금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가 운용하는 공공자금은 27조원 안팎이다. 연기금과 공공기관의 자금을 자산운용사가 대신 굴려주는 연기금풀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1년 이후 주간운용사 자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지난해 최대어였던 고용노동부 산재보험기금의 주간운용사 자리도 삼성자산운용이 차지했다.

글로벌 제휴 전방위로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과제는 아시아 톱클래스 운용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관리자산 규모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도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짜겠다는 게 구 대표가 내놓은 청사진이다. 구 대표는 “국내 시장을 100% 차지한다고 해도 글로벌 톱클래스 운용사 이익의 10% 이상을 내기 힘들다”며 “추가 성장을 위해선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화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우선 삼성생명의 뉴욕과 런던 법인을 인수, 서울 본사와 홍콩 등을 연결하는 ‘글로벌 24시간 운용체제’를 구축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계 금융상품의 동향이 어떤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해외 금융회사와의 제휴도 활발하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인 캐피털그룹과 손을 잡았다. 은퇴 상품과 관련한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다. 제휴 결과물은 올해 상반기에 나온다. 한국의 실정에 꼭 맞은 ‘국민 은퇴 상품’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인도 최대 운용사인 릴라이언스캐피털과의 제휴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삼성운용은 인도 운용사의 도움으로 지난해 인도 중소형주 펀드를 내놓아 호평받았다. 중국 젠신기금과 손잡은 것도 사업구조 글로벌화를 위한 포석 중 하나다. 글로벌 운용사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수출하는 게 젠신기금과 제휴한 목적이다. 구 대표는 “올해는 더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를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일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아예 해외 금융업체를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