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칼럼] 노사에 '임시처방' 더는 필요없다
노동법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이 근간을 이루는 법체계를 말한다.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합의해 정하는 단체협약과 임금·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규정한 취업규칙도 포함된다. 여기에 법원 판례나 행정해석, 지침도 중요하다. 법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는 노릇임을 감안해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행정해석은 보통 고용노동부의 ‘질의회시’를 말한다. 일선의 근로감독관이 노동법 적용과 관련해 질문하면 상급기관에서 답해주는 것이다. 지침에는 훈령, 예규 같은 행정규칙이나 업무편람, 매뉴얼 등이 있다. 행정해석이나 지침은 공무원의 업무처리 기준이고, 해당 사안이나 사건에 대해 적용할 뿐 원칙적으로 대외 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비슷한 분쟁 사례에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는 까닭에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두꺼운 편람을 끼고 산다.

노동법 개정, 헌법보다 어렵다?

개별 법적 다툼에 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고, 법원은 판결을 통해 해당 다툼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넘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판례도 있다. 2013년 12월18일의 대법원 판례가 그렇다.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상여금 범위를 확대하는 등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그간 통용돼 온 정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과도 차이가 있다. 정부로서는 기존 행정해석을 바꿔야 했고 산업현장의 혼선은 커져갔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관련 법률 개정 등의 정공법이다.

하지만 노동법은 헌법보다 개정이 어렵다지 않은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합의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탓이다. 통상임금 판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4년 1월23일 정부는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을 내놓았다.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 현안으로 떠오른 임금피크제도 사정이 비슷하다. 늘어난 정년 기간 동안 임금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자는 임금피크제가 꼭 필요하지만 강제 수단은 없다. 연공주의 임금체계는 그대로 둔 채 기업에 정년연장만을 강제했다. 그 결과 기업은 정년을 코앞에 둔 근로자를 내보내거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는 양자택일만 강요당하고 있다. 정년연장이 올해부터 시행됐는데도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진척이 없다. 정년연장을 챙겼는데 구태여 양보할 필요가 있느냐는 노동계의 셈법이 보인다.

청년들의 아픔을 봐야 한다

여기서도 정부는 2014년 3월19일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내놓았다. 연공주의에서 직무·성과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라며 참고사례까지 제시했다. 물론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런 성격의 지침을 두 개나 더 내놓았다.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아주 뜨거운 내용들이다. 양대 지침은 나오자 마자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고려 중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청년일자리 측면에서 근본 처방임을 누구나 안다. 시급한 내용만 담았다는 노동개혁 5대 법안조차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더 이상 실기할 여지가 없는 우리 노동시장에 ‘지침’이라는 응급 처방만 내놓을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도 딱하기는 하다. 그러나 정작 진짜 아픈 이들은 따로 있다. 일자리 찾기에 지친 청년과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가 그렇다.

최종석 전문위원·좋은일터연구소 부소장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