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엄청난 논란을 몰고 왔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올해 어떻게 정비될지가 관심이다. 정부는 일단 1분기에 단통법이 통신시장에 미친 영향을 종합 점검한 뒤 오는 6월께 전반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을 샀던 보조금 상한 규제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를 손보자는 기획재정부, 단통법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이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는 미래창조과학부 등 부처 간 시각차가 느껴지는 분위기다.

소비자 차별 금지, 보조금 상한 규제 등을 골자로 한 단통법의 문제점은 그동안 수없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미래부, 방통위는 단통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일부 지표를 근거로 가계통신비가 줄어들고, 합리적인 통신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맞는다면 왜 소비자들은 여전히 단통법에 비판적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일부 통신비 인하가 있었다고 해도 이를 단통법의 효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 법과는 전혀 상관없는 알뜰폰이나 데이터 중심 요금제, 정부가 단통법 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동원한 20% 요금할인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불황이기도 했다. 단통법은 소비자의 불만만 산 게 아니다. 단말기 제조사는 단통법의 직격탄을 맞았고, 유통 대리점 종사자도 줄줄이 일자리를 잃었다. 유일한 수혜자가 될 것이라던 이동통신사마저 시장 침체로 속앓이를 하는 지경이다. 번호이동이 단통법 시행 전보다 20%나 감소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통신시장 전체가 활력을 잃고 만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방통위, 미래부가 현행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의 기만에 가깝다. 정부 말고는 모두가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법이다. 악법을 없애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부, 방통위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당장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