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4일 열린 시무식에서 이구동성으로 ‘불확실성과 위기’를 첫 마디로 꺼냈다. 구 회장은 특히 “자칫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 총수들은 불투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선 적극적인 자세와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 구 회장은 ‘혁신’, 최 회장은 ‘패기’를 각각 올해의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경쟁력 갖추고 상황에 맞게 변화하라”

정 회장은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나라의 안전과 환경 규제 강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보통신과 전자기술이 융합된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해 자동차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 회장은 또 지난해 독립시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안착이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제네시스를 세계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차로 육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구본무 “잘해봅시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이 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새해 인사 모임에 참석해 오창훈 LG전자 수석연구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LG 제공
< 구본무 “잘해봅시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이 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새해 인사 모임에 참석해 오창훈 LG전자 수석연구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LG 제공
구 회장은 “전자 화학 등 우리 주력산업이 신흥국 도전을 받으면서 산업구조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 구조 변화와 경쟁 양상을 정확히 읽고 근본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변화를 위한 세 가지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상품기획과 R&D, 생산, 마케팅 등 모든 활동에서 사업 방식을 혁신하자”고 말했다. 또 “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과 뼈를 깎는 과정으로 철저히 실행해 달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방법으로 경쟁하라”

최 회장은 위기 돌파의 주무기로 패기를 내세웠다. “패기를 앞세운 실행력으로 당면한 경영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패기란 일과 싸워 이기는 기질을 뜻한다”며 “나를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앞장설 테니 패기를 갖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 최태원 “소통합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SK 제공
< 최태원 “소통합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SK 제공
최 회장은 또 다른 키워드로 ‘혁신’과 ‘솔직함’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혁신을 통해 각 계열사가 처한 환경과 사업구조 특성에 맞게 경영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서로에게, 시장에 솔직할 때 소통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이고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별도의 신년사를 내지 않고 계열사를 찾아 사업 목표를 들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매년 초 신년사를 통해 경영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부품(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부품 계열사의 신년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엔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및 IT모바일(IM), 삼성SDS 시무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부문별 시무식에서 계열사가 준비한 영상물을 보며 올해 목표와 전략 등을 점검했다.

삼성그룹 시무식을 진행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핀테크(금융+기술), 모바일 헬스 등 융합 분야에서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송종현/정지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