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운용하는 리니언시 제도를 믿고 담합을 자진 신고한 기업이 잇달아 검찰과 법무부의 수사를 받고 소송을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하나. 자진 신고한 기업은 과징금을 감면하고 검찰 고발을 면제해 주자고 도입한 게 리니언시다. 그런 제도가 오히려 검찰과 법무부의 수사·소송에 이용되는 꼴이니 기업으로서는 황당한 노릇이다.

법무부는 최근 전남 도로공사 입찰에서 담합했다는 이유로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4개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공정위에 자진 신고한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이 소송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포항 영일만 항만공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리니언시 제도를 운용하는 공정위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다. 정부 부처 간 다툼으로 비쳐질까봐 그런지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리니언시 제도가 기업 간 협력이나 분업을 파괴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음에도 이를 도입한 이유는 오로지 증거 확보가 어려운 은밀한 담합을 밝혀내자는 목적에서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활용한 것으로 자진신고 기업에 과징금, 검찰고발 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인데 그렇게 밝혀진 담합으로 수사를 벌인다면 이는 국가의 사기술과 다를 바 없다. 1997년 리니언시 제도 도입 후 자진신고 건수가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리니언시가 검찰과 법무부의 수사·소송을 위한 한낱 미끼로 전락한다면 이 제도가 무력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동안에도 공정위의 자의적 제도 운용으로 속앓이를 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던 터다. 자진 신고 순위를 놓고 소송이 벌어지는가 하면 공정위가 섣불리 제재를 가했다가 법원에서 패소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것도 모자라 이제 검찰과 법무부의 수사·소송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다. 이래저래 기업은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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