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포신, 불위호성, 응변창신…

경제금융계를 이끄는 수장들이 새해를 맞아 발표한 신년사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꺼내든 한자성어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유난히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혁신과 변화를 독려하는 차원의 경구가 많았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 위기 확산 우려, 저유가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대외변수들이 새해에도 즐비한 가운데 가계·기업 부채 증가, 내수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 등 국내 상황을 봐도 걱정되는 요소들이 산적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을 거론했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안팎의 도전에 맞서 금융인들이 구시대적인 사고와 태도를 버리고 변화와 혁신의 자세로 진취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당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인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을 인용했다.

황 회장은 "아무리 시장여건이 어렵더라도 유능한 조직은 그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다가올 변화에 당당히 도전한다면 새로운 혁신과 진전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어떤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빈틈없는 전략을 의미하는 '기략종횡(機略縱橫)'을 새해 사자성어로 제시했다.

격변하는 보험산업의 환경 변화를 포착해 치밀하게 대응하자는 메시지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정성을 기울이면 그 뜻이 하늘에 닿아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일념통천(一念通天)'의 정신으로 새해에는 "손님(고객)의 기쁨을 찾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불위호성(不爲胡成)'을 인용했다.

행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달성할 수 없다는 뜻으로, 중장기 계획 마련에 따른 직원들의 실천을 독려한 발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 키워드로 '인심제 태산이(人心齊 泰山移)'를 제시했다.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모든 임직원이 힘을 모아 반드시 성공적인 민영화를 완수하자는 의미의 표현이라고 우리은행은 설명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응변창신(應變創新)'을 이야기했다.

권 행장은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응변창신의 자세로 새로운 도전과 창조적 성장을 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금융공기업 CEO들도 사자성어를 내세워 직원들을 채찍질했다.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은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마부정제(馬不停蹄)'라는 옛말이 있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한다는 의미"라며 말굽을 멈추지 않는 말과 같이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원숭이 해를 맞아 '원비지세(猿臂之勢)'라는 다소 어려운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원비지세란 원숭이 팔의 형세를 뜻하는 말로, 처한 형세에 따라 군대가 진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곽 사장은 "원숭이 해를 맞아 과거의 타성에 젖어 관성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있지 않은지 살핌으로써 항상 유연하고 혁신적인 기관이 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율곡 이이 선생이 '혁구습 일도결단근주(革舊習 一刀決斷根株)'라고 말했는데, '구습을 혁파하라. 한칼에 나의 못된 뿌리를 끊어버려라'라는 뜻"이라며 새해에는 업무를 혁신하는 일에 총력을 쏟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