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개설…2020 신기후체제 대응 본격화

발전기 효율 5%P 높이고 전기차 100만대 보급키로
현대제철은 아낀 전기를 되파는 ‘수요자원(需要資源) 거래시장’에 참여해 월 전기료를 크게 아꼈다. 낮에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비싸고 밤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싸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낮 조업을 줄여 아낀 전기를 중간사업자를 통해 한국전력에 되팔고, 부족한 조업은 밤에 진행했다.

이 결과 지난 5월 기준 현대제철 공장 한 곳의 전기요금은 95억원으로 1년 전(106억원)에 비해 10.2% 줄었다.

지난해 11월 개설된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통해 1년1개월간 아낀 전기는 총 7만4000㎿h로 집계됐다. 세종시 인구가 약 4개월 반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정부는 이처럼 아낀 전기를 되파는 시장에 이어 일반인들이 태양광 설비 등을 이용해 직접 생산한 전기를 되파는 시장인 ‘에너지 프로슈머’시장도 2017년까지 개설하기로 했다.
개인도 전기 사고파는 '에너지 거래 시장' 커진다

◆12조달러 신시장 열려

정부가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시장을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2020년 이후 출범될 ‘신(新)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모든 국가에 부과되는 것이 골자다. 한국도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 국가의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시장 등에 총 12조3000억달러(약 1경4145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장은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떠안게 되면서 발전 시설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팽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탄발전소 효율도 높인다

정부는 신기후체제를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실행하는 동시에 에너지 신기술 시장을 우선 선점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2017년부터 아파트 단지나 단독주택, 빌딩 등에 설치된 태양광·풍력 장비에서 생산된 소규모 전력을 자유롭게 팔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 전력거래시장’을 신설·운영하기로 했다.

아파트 등 단독 가구에서 생산된 소규모 전력은 재판매하기에 양이 너무 적어 그동안 버려졌지만 2017년부터는 분산자원 중개사업자를 통해 소규모 전기도 전력시장에 되팔 수 있게 된 것이다.

2030년까지 국내 석탄발전소 효율도 기존보다 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발전기 효율이 5%포인트 올라가면 발전소 1기당 약 85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대상은 국내 석탄발전소의 40%다. 석탄발전 성능 개선 사업 시장은 2020년까지 약 8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전기차 보급도 늘린다.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기로 했다. 우선 2030년까지 제주에서 운행되는 차량 10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총 550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한편 총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 신산업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 에너지 프로슈머

energy prosumer. 에너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아파트 단지나 대학 빌딩, 산업단지 내 태양광설비 등을 통해 소비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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