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상품팀은 지난 7월 남미의 콜롬비아를 방문했다. 자체 커피 브랜드에 사용할 최상급 원두를 찾기 위해서다. 이들은 1주일 동안 10여개 농장을 돌며 수백 종의 커피를 시음했다. 맛뿐 아니라 위생상 문제나 장기공급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농장의 가공시설 등도 방문했다. 상품팀은 해발 8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아라비카 원두만 생산하는 농장을 찾아 독점 계약을 맺었다.
편의점 '1000원 원두커피' 전쟁
고민기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MD(상품기획자)는 “밤잠이 안 올 정도로 커피를 마셔가며 최상의 원두를 찾았다”며 “원두부터 로스팅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상품 경쟁력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CU는 이달 초 이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판매하는 전문브랜드 ‘카페겟’을 선보였다. 식어도 맛있는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시티 로스팅을 하고, 로스팅한 뒤 7일 안에 점포에 배송해 신선함을 유지한다. 시티 로스팅은 쓴맛이 거의 사라지고 단맛과 깊은 향미를 풍기게 하는 원두 로스팅 기법으로 이 방식으로 내린 커피는 식어도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고 CU는 설명했다.

GS25도 지난 8월부터 ‘카페25’라는 자체 브랜드의 원두커피를 출시했다. 원두커피 판매가 많은 점포 1000여곳에 한 대에 1000만원이 넘는 스위스산 전자동 에스프레소 기기를 설치했다. 일반 커피기계와 달리 에스프레소 샷을 물과 분리해 추출하고 이후에 섞어 쓴맛이 적고 향이 풍부하다고 GS25는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부터 ‘세븐카페’라는 브랜드의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40초 뒤 원두커피가 나오는 커피머신을 점포에 설치했다. 커피머신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종이다. 뜨거운 증기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종이 필터로 한 잔씩 걸러서 나오는 ‘드립 커피’를 판매한다.

이렇게 편의점업체들이 자체 커피 브랜드를 내놓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1000원대 편의점 원두커피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세븐일레븐의 원두커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8.1%나 증가했다. CU에서도 원두커피 매출은 2011년 이후 매년 20~30% 늘어나고 있다. 병이나 캔에 든 커피음료, 파우치커피 등 다른 커피의 매출 증가율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편의점들은 원두커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 도시락과 함께 세븐카페를 미래 신성장 품목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황우연 세븐일레븐 커피담당팀장은 “알뜰 소비자가 늘면서 전문 커피점 가격의 4분의 1 수준인 편의점 원두커피가 앞으로 국내 커피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세븐카페를 판매하는 점포를 현재 1000여곳에서 내년까지 3000곳으로 크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