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막고 안방 뺏긴 '보청기 시장'
청각장애인에게 지원하는 보청기 보조금이 지난달부터 34만원에서 최대 131만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실속은 대부분 해외 보청기회사들이 챙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단순 조립가공과 판매 경쟁에 몰두하는 사이 스타키, 지멘스, 포낙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청기업체의 수출실적은 1억원에 그쳤다. 2011년에는 수출실적이 아예 없었다. 완제품을 수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토종 업체들의 시장점유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보청기업체의 시장점유율은 17.5%에 불과했다.

식약처에 등록된 국내 제조회사는 세기스타, 딜라이트보청기 등 20여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변형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1977년 설립돼 국내에서 업력(業歷)이 가장 오래된 대한보청기는 자체 개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고령층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 보청기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2014년 82억달러에서 2017년 100억달러로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해외 진출은커녕 한국 시장마저 외국 업체에 완전히 내줄 처지에 놓였다. 김수연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좁은 시장을 두고 ‘우물 안 경쟁’에만 몰두하느라 연구개발을 소홀히 해 보청기 시장이 외국 업체의 독무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