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코스' 꺼리는 30대 직원들
최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A과장은 미래전략실의 핵심 부서에서 일할 것을 제안받았다. 미래전략실 근무는 삼성전자에서 ‘임원 승진을 위한 필수 코스’로 꼽힌다. 업무평가에서도 대부분 최고점수를 받기 때문에 연봉도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A과장은 미래전략실에 가지 않기로 했다. 그는 “아무리 돈을 많이 받고 승진을 보장받는다고 해도 현장을 떠나 새벽부터 밤까지 ‘페이퍼 워크’만 하고 싶진 않다”며 “아직 아이들이 어린 만큼 지금은 집에서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 그룹의 비서실 조직이나 해외 선진국 법인 근무는 ‘성공 코스’로 불렸다.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했다. 최근엔 바뀌고 있다. 30대 직원들은 오히려 비서실이나 선진국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다.

비서실은 워낙 바쁘다. ‘일과 가정의 조화’를 원하는 30대와는 맞지 않는다. 과거 비서실 조직이 누렸던 특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도 비서실 기피 현상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진국 법인 근무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법인에 근무하면 자녀 교육에 좋았고 최고경영진이 많이 찾았기 때문에 ‘눈도장’을 찍을 기회도 있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대부분 포화상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최고경영진도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신흥국 쪽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