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미국 무디스가 지난 주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프랑스와 동급인 ‘Aa2’로 한 계단 올렸다. 한국이 받은 역대 최고 등급이다. 중국·대만(Aa3)보다 한 계단 높고, 일본(A1)보다는 두 계단 위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이상 Aaa) 영국 홍콩(이상 Aa1) 등 7개국뿐이다. 경제시스템 면에서 선진국 경제로 인정받은 셈이다.

무디스가 꼽은 등급 상향요인은 견조한 성장세와 양호한 재정·대외 건전성, 구조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 등이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을 갖췄다고 본 것이다. 물론 국가 신용등급은 주로 신용위험 지표에 초점을 맞춰, 실물경제 동향이나 체감경기와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등급 상향은 대부분 신흥국이 위기 쓰나미에 몰리고 있는 이때 결코 작지 않은 성취다. 굳이 의미를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다.

나라 밖에서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나라 안에선 온통 경제 비관론 일색이다. 2%대 저성장에다 저질 4류 정치는 답이 안 보이니 그럴 만도 하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다’, ‘시계(視界) 제로다’ 등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에 이어 2017년 위기설이 예언처럼 퍼져간다. 지난 7월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40개국 국민의 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비관적 응답률은 83%로, 물가가 폭등한 베네수엘라와 같고 팔레스타인(67%)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당장 무너질 만큼 비관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저성장이라지만 금융위기 이후엔 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로 성장률이 높다. 수출이 부진하지만 올 들어 수출 감소율이 한국보다 작은 나라는 G20 가운데 중국 미국 멕시코밖에 없다.

어렵다고 하면 할수록 진짜 어려워지는 게 경제다. 언제 우리 경제가 위기 아니었던 적이 있었는가. 경각심이면 몰라도, 기업인들마저 비관론에 빠져드는 것은 미리 변명거리나 챙겨놓자는 것일 수도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게 진정한 기업가다. 지나친 비관론이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처럼 번져가면 진짜 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