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규제프리존, 지역경제 활성화의 불씨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영토를 확장하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과거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모방형 산업구조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첨단 산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주력산업인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분야에서 기술격차는 불과 2년 안팎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제 중국 제품은 가격은 물론 기술력에서도 한국 제품을 넘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의 시작을 알린 ‘파리협정’은 한국 산업계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3%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수출 둔화, 투자와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지방에서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당면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모멘텀이 필요하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은 시도별로 ‘지역전략산업’을 선정하고 ‘규제프리존’을 도입함으로써 지역의 창조경제 실현과 확산을 통해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역 의견을 반영해 선정된 전략산업은, 첨단 신기술분야인 자율주행자동차(대구), 첨단센서(대전), 3D프린팅(울산), 바이오의약(충북), 무인기 드론(전남), 타이타늄(경북), 지능형 기계(경남), 친환경분야인 에너지신산업(광주), 에너지 사물인터넷(IoT·세종), 태양광(충남), 탄소산업(전북), 지역이 기반을 갖추고 있거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해양관광(부산), 스마트 헬스케어(강원), 전기차 인프라(제주)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각 시도에서 운영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한 산업을 포함함으로써 정책성과 발휘가 쉬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지역전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규제를 제로(0)베이스에서 검토해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새로 도입되는 규제프리존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의 경제자유구역 등이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규제프리존은 지역전략산업을 중점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규제 개혁과 함께 재정·세제·금융·인력 등 지원도 패키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경제의 주체가 되는 창의인력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질 높은 생활환경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번 규제프리존 도입에서 제외된 수도권은 공장총량제 등 기존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되, 낙후지역 차별과 같은 불합리한 규제는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규제개혁은 곧 지방경제 침체라는 이분법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도권 규제합리화를 통한 과실이 지역발전으로 환류하도록 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규제프리존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규제프리존의 공간적 범위를 산업기반, 규제개선 내용, 구체적인 투자프로젝트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이런 정책지원을 위해 범(汎)부처적 협업도 강화해야 한다. 정책추진의 기반이 되는 법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 지침이나 고시로 가능한 분야는 즉시 시행하고, 법제도 개편이 필요한 분야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특별법을 제정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개혁은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정책수단이다. 규제프리존 같은 혁신적 정책의 성패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 속도가 관건임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 규제프리존 정책이 지역전략산업분야에 대한 민간투자를 촉발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주 < 국토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