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규제 프리존’이다. 지역별로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 산업을 육성 유치하는 데 그 어떤 규제도 장애가 되지 않도록 특인 제도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이미 27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고 한다. 부산은 해양관광과 IoT 도시기반서비스 △대구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웰니스산업 △광주는 수소자동차와 에너지신산업 △대전은 IoT용 첨단센서산업과 유전자의학 등이다. 이밖에 강원 충남 충북 전남 전북 경남 경북 제주 울산 세종 등이 신청한 전략산업도 특인 대상 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들 산업에 규제배제는 물론 재정·세제·금융지원도 집중할 계획이다. 신기술·융복합 산업을 추진하는 데 규제 적용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정부가 30일 내에 판단해주는 ‘그레이존 해소’ 제도도 도입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가 내년 초부터 당장 시행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내년 1분기까지 전략산업 육성계획을 받아 규제혁신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한 뒤 6월에 규제 프리존을 지정·운영하기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빨라야 9월 정기국회에서, 늦으면 후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상반기의 ‘소비절벽’을 우려하면서 재정 조기 집행을 계획하고 있는 정부가 규제 프리존을 총선 이후로 예정한 것은 결국 정치권과의 갈등 구조 때문이다. 야당의 협조를 얻기 어렵고 자칫 선거를 앞두고 선심 정책이라고 지적을 받으면 역효과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경감 대책으로 내놓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지방에선 5월 이후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라 정책이 정치 일정에 좌우될 수는 없다. 올바른 정책이라면 바로 시행해야 한다. 총선부터 끝내고 보자는 식이라면 정책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 한국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무슨 코미디 같은 정책 추진 일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