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데스크 시각] 금융을 이젠 그냥 내버려두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열심히 현장을 누비는 것을 넘어 ‘우간다를 잊게 할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까지 한국과 엇비슷하다던 아프리카 우간다의 금융경쟁력 순위를 한국(87위)보다 앞선 81위로 평가한 뒤 파장은 갈수록 커졌고, 그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해당국 기업인 대상의 주관적 설문조사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정치권과 국민, 심지어 정부 인사들조차 ‘뒤처진 금융경쟁력’을 말할 땐 우간다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금융개혁, 칭찬 받았다지만…

그렇게 노심초사하던 임 위원장과 금융위원회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무회의에서 칭찬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4대 개혁과제 중 금융개혁이 제일 와닿지 않는다. 도대체 금융개혁은 뭐하는 거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인터넷전문은행과 계좌이동서비스에 국민의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요즘 금융위의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민원을 제기하면 말만 그럴싸한 게 아니라 갑(甲)이 아닌 을(乙)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장은 얼마 전 금융회사 사장들에게 ‘어떤 규제가 풀렸는지 숙지해달라. 분명 내 손으로 완화한 규제인데 또 풀어달라고 얘기할 때면 맥이 빠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던 그림자 규제까지 없애고 있다고 금융당국은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로선 맥빠지는 얘기일 수 있지만, 최근 만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개혁의 관점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언제,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낡은 규제를 찾아내 없애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핀테크(금융+기술),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 금융산업 환경에 한국이 제대로 대응하는지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핀테크, 차라리 방치하라

KT가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뱅크는 점포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로만 영업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아 내년 하반기 영업 개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및 경영을 제한한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획 전반이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자본인 이들 기업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터넷은행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진척이 없다.

핀테크와 모바일은 미래 금융의 핵심 키워드들이다. 핀테크는 알게 모르게 전통 금융 분야를 이미 침범해가고 있다.

개인 간 대출을 중개하는 서비스인 P2P 시장은 국내외에서 빠르게 덩치를 키워가는 중이다. 은행을 거치지 않아 수수료 없이 이뤄지는 해외 송금도 날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그러나 P2P 업체의 대다수는 기존 금융 관련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대부업체로 등록하고 있다. 과거 잣대로 미래산업을 옭아매고 있는 형국이다.

핀테크 산업을 기존 규제의 틀로 바라본다면 한국 금융의 미래는 나아지기 어렵다. 한국 전자와 자동차가 정부 손아귀에서 벗어나면서 도약을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김수언 금융부장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