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부자는 기부하고 사회는 이들을 존경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부자는 기부하고 사회는 이들을 존경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62·사법연수원 6기)의 ‘낙(樂)’은 사회공헌 활동이다. “사회공헌 활동에서 살아갈 이유가 있음을 느낀다”는 그다. 우 대표가 이끄는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은 최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기업인 등을 초청해 ‘나눔의 밤’ 행사를 열었다.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교육사업 ‘씨드스쿨’을 소개하고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대형 로펌 창업자이기도 한 우 대표는 변호사업계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수백명의 전문가 집단을 이끌고 정글과도 같은 법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초를 아껴 써야 할 그에게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우 대표를 서울 대치동 율촌 사무실에서 만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회공헌 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율촌을 설립한 1997년 ‘내가 가진 돈, 에너지, 시간의 20% 이상은 사회공헌 활동에 쓰자’고 다짐했고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로 재능기부를 합니다. 2010년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을 설립해 씨드스쿨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씨드스쿨은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교과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꿈을 가지도록 도와줍니다. 봉사단과 협력해 씨드스쿨을 시행해본 중학교 교장선생님들은 모두 프로그램의 효과가 엄청나다고 말합니다. 청소년이 꿈을 가지면 그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고, 사회와 국가가 달라집니다. ”

▷교육사업에 나선 계기가 있습니까.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경북 경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집이 너무 가난해 초등학교 5학년 때 ‘빨리 공장에 취직해서 생계에 보탬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학년 2학기 때 서울에서 온 김중현 선생님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1등을 도맡아 하던 나에게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면 돈 안 들이고 중학교에 가는 길이 있다’며 진학을 권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뒤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장학금을 받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졸업한 문화고에서 처음으로 서울대에 갔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나로 인해 좋아지는 사람을 보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씨드스쿨을 거쳐간 학생이 여럿 떠오릅니다. 한 학생은 삶에 아무 의욕이 없었지만 씨드스쿨을 통해 조리사의 꿈을 갖게 됐습니다. 조리 관련 특성화고에 진학했고 전국 대회에서 최고상까지 받았습니다. 다른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희망사항을 묻자 ‘사람을 칼로 찔러보기’ 같은 걸 쓸 정도로 성격이 어두웠습니다. 씨드스쿨을 거친 뒤 대학생 멘토에게 ‘삶이 재미있어졌고 친구도 생겼다’는 내용의 감사 편지를 썼습니다. 대학생 멘토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한 멘토는 저에게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고 하더군요. ”

▷어떤 계기로 씨드스쿨을 도입하게 됐습니까.

“기독교 신자이고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다 보니 2007년 사단법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이 됐습니다. 당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기독교단체 다섯 곳과 미국으로 리더십 연수를 갔습니다. 미국의 한 교회에서 유명 비영리단체인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의 웬디 콥 설립자가 하는 강연을 들었습니다. 티치 포 아메리카는 우수한 대학생을 뽑아 빈민지역 공립학교 교사로 2년 동안 일하도록 하는 단체입니다. 함께 연수 갔던 단체들이 ‘저것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0년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을 설립하고 씨드스쿨을 시작했습니다.”

▷씨드스쿨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전국 10개 중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지만 일손이나 자금이 부족해 못 해 줄 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교육봉사단에 기부를 하거나 일손을 보태주기를 바랍니다. 다른 단체에서 이 프로그램을 가져가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부에서는 기부자를 삐딱하게 봅니다. 강요를 통해 비(非)자발적 기부를 이끌어내기도 하죠. 기부했다가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면 기부할 맛이 날 수가 없죠. 부자는 기부하고 사회는 이들을 존경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미국은 부자 치고 기부 안 하는 사람이 없는데 기부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의 역할이 큽니다.”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안’을 놓고 법조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성급하게 발표했다고 생각합니다. 유예하면 폐지가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이 정한 대로 법조인 양성체계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단일화해야 합니다. 이제 변호사는 사법시험처럼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공부한다고 될 직업이 아닙니다. 변호사는 로스쿨과 법률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훈련받으며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 직업입니다. ”

▷법률시장 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율촌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혁신과 협업’을 화두로 융복합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신제품에 적용되는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로펌에 자문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기업은 신제품을 제품군 A로 분류했고 따라서 A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살펴본 결과 제품에 복합적인 성격이 있어서 A가 아닌 B로 허가받는 게 가능하고 이렇게 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제품을 B로 다시 허가받도록 컨설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법만 알아서는 안 되고 산업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함께 갖춰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종합적 문제 해결자가 되도록 율촌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월요인터뷰]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취약계층 중학생에 멘토 맺어줘 '꿈 찾기' 지원"


△1953년 경북 경주 출생 △1970년 경주 문화고 졸업 △1974년 서울대 법대 졸업(70학번) △1976년 사법연수원 수료(6기) △1979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1983년 미국 워싱턴대 법학석사 △1997년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2006년 한국세법학회장, 아시아법연구소 이사장 △2010년 대한민국교육봉사단 이사장 △2012년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이사장 △2013년 대한중재인협회 명예회장


씨드스쿨 프로그램은…

방과후 교육으로 고민·진로 상담


씨드스쿨은 취약계층 중학교 2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은 쑥쑥 자라는 존재라는 뜻에서 영어단어 ‘시드(seed=씨앗)’를 사용해 이름을 지었다. 서울과 경기지역 중학교 10곳에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당 학교 학생 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멘토 역할을 하는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1 대 1로 연결해준다. 중학생들은 멘토의 도움을 받아 씨드스쿨에서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개인적인 고민도 멘토에게 터놓고 얘기하도록 독려한다.

씨드스쿨 프로그램은 참가자가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을 가지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싶은지 역할놀이를 하고 자신의 미래 명함을 제작해본다.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도 한다. 1년 교육과정이며 1주일에 한 번 수업한다.

프로그램은 정규수업을 마친 뒤 오후 8시까지 운영되고 저녁밥도 같이 먹는다. 취약계층 청소년은 집에 돌아가면 혼자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재정은 전액 기부로 해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