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자율주행차 보유자 책임 클듯…제조사도 면책 어려워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 자율주행 기술 신중한 접근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삼성그룹마저 스마트카인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며 2020년부터 상용화가 임박한 가운데 자율주행차 교통 사고시 책임 소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자신이 운전하지 않고 동승만 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업체는 최근 자율주행차 관련 칩과 센서 개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고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 등 전자 및 인터넷 업체들은 차량 및 핵심 부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등 주행환경 인식장치와 GPS 같은 자동항법장치를 기반으로 조향, 변속, 가속, 제동을 스스로 제어해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이다.

정부가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기반 시설 마련을 지원해 2020년에는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자율주행차가 우리 실생활에 도입될 날도 멀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차량위치지시 및 방향지시와 관련한 지식재산권, 위치정보수집·이용에 따른 개인정보, 자율주행차 간 통신과 관련한 사물인터넷, 자동차면허·운행·사고책임·보험 등 수많은 법률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차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보유자 또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았음에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운행자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관련법에는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은 행위 책임이 아닌 위험 책임에 해당하므로 자율주행차 보유자 또는 운전자가 여전히 운행자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율주행차 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운행자에서 현대자동차 등 제조사로 전가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제조물책임법 제6조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사가 구매자와의 계약 또는 약관을 통해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의 손해배상책임을 구매자에게 다시 전가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고 법무법인 화우는 예상했다.

형사적으로 자율주행차 운전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이 적용될 수는 있으나 이는 운전자 주의 의무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면제될 수 있는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도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화우 측은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이미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면서 "자율주행차를 안착시키려면 기술개발과 더불어 법적·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산업계는 물론 전문가집단의 지속적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고려해 현대차는 성급한 자율주행차 기술 도입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현재 기술적으로는 애플이나 구글 못지않지만 실제 운행 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 등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는 대량 생산하는 차량에 차간 거리 유지 등 기본적인 자율주행 기술만 적용하는 상태다.

제네시스 EQ900이 대표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차의 전초 단계로 고속도로 주행지원(HDA)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탑재했다.

고속도로에서 이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톨게이트나 인터체인지에 진입해 자동 해제될 때까지 안전하게 주행을 보조해주는 능동형 주행 시스템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인프라, 법적 문제 등이 많아 현재 적용 가능한 부분만 접목하고 있다"면서 "구글 등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 업체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완성차 업체는 현재 찍어내는 차량에 달아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