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이대호가 BMW 750Li를 시승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프로야구 선수 이대호가 BMW 750Li를 시승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예전부터 영웅들은 애마와 함께 전장을 누비곤 했다. 촉나라의 명장 관우는 적토마를 타고 전장을 누볐고,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눈밭을 쏜살같이 달렸다는 명마 ‘르 비지르’를 타고 이탈리아 정복을 위해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 19세기 이후 영웅의 말들은 자동차로 변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윈스턴 처칠은 랜드로버의 사륜구동 군용차 뒷자리에 올라 전투를 지휘했고, 6·25전쟁 때 윌리스 지프를 타고 전장을 누비던 맥아더 장군의 모습 역시 익숙하다.

최근 한국 야구계에 다시 한 번 영웅이 등장했다.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결승타를 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끈 ‘빅보이’ 이대호 선수(33)다.

미국 진출을 앞둔 ‘조선의 4번 타자’의 선택은 BMW 750Li x드라이브. 키 194㎝에 몸무게가 130㎏에 달하는 그에게 어울리는 명마다. 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만난 이 선수는 “10년 넘게 운전하면서 타 본 다양한 차 가운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몰았던 BMW X5를 가장 오래 탔다”며 “크고 안전한 차라서 한국에 있는 동안 BMW 7시리즈를 타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그가 직접 얘기한 ‘750Li x드라이브 시승기’를 소개한다.

◆“넓은 실내 공간 자랑하는 베스트카”

"194㎝ '빅보이'도 반했죠, 날렵하면서 드넓은 기함"
지난달 28일 750Li를 처음 봤을 때는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날렵하게 빠진 검은색 차체와 BMW를 상장하는 그릴과 헤드라이트, 세심하게 처리된 표면 디자인은 아름답긴 했지만 차가 커 보이지 않았어요. 덩치가 큰 제가 타기에는 작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타던 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오르니 제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부 공간은 최고급 자동차답게 넉넉했습니다. 운전에 불편함이 없었죠. 최고급 가죽 소재의 시트에 앉으니 몸을 감싸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바쁜 일정에 맞추려고 1~2시간씩 운전해도 피곤하지 않더군요.

집사람과 아이도 차를 좋아해요. 뒷좌석에 타곤 하는데 앞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수면 위치를 선택하면 앞자리 동반석이 최대 9㎝ 앞으로 밀리면서 뒷좌석은 항공기 좌석처럼 뒤로 눕혀지더라고요. 특히 아이는 차에 내장된 태블릿 PC를 좋아합니다. 태블릿 PC로 마사지와 온열 기능, 시트 위치와 조명, 선루프, 선 블라인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차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좋지만 시동을 걸면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일단 엄청나게 조용합니다. 차는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빠르게 응답합니다.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기분이었어요. 힘이 좋아 속도는 순식간에 시속 100㎞를 넘었습니다. 고속으로 달려도 차가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운전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코너를 돌 때도 쏠림 현상은 느낄 수 없었어요.
"194㎝ '빅보이'도 반했죠, 날렵하면서 드넓은 기함"
◆“차 선택의 기준은 안전”

저는 큰 차를 좋아합니다. 배트 글러브 등 장비를 갖고 다녀야 해서죠. 750Li는 트렁크가 매우 넓어서 좋습니다. 골프를 치러 갈 때 보니 골프가방 세 개가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더라고요. 더불어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탈 일이 많고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이기 때문에 차를 고를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BMW X5나 베라크루즈 등 대형 SUV를 몰았던 이유죠.

"194㎝ '빅보이'도 반했죠, 날렵하면서 드넓은 기함"
750Li를 타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제스처 컨트롤’ 기능입니다. 센터패시아 앞에서 검지를 편 채로 팔을 시계방향으로 돌리자 오디오 볼륨이 올라갔어요. 반대로 돌리면 소리가 줄어들고요. 간단한 손짓으로 전화를 받고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운전 중에 전화를 받아야 할 때 전방을 주시하면서 사용할 수 있어 안전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핸들에 있는 핸들 모양 버튼을 누르면 차가 차선을 따라갑니다. 코너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차선을 넘어가면 핸들이 떨리더라고요. 처음에는 놀랐지만, 안전운전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걸 알고 나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차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욕심을 부릴 만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일본에 가면 7개월 동안 차를 그냥 세워둬야 했기 때문이죠. 좋은 차를 타고 싶어도 못 타는 상황이에요. 이번에 좋은 차를 타보니까 욕심이 생깁니다.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심사숙고해서 탈 차를 정할 생각입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차를 쓰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야구선수들도 차에 관심이 많아요. 절친한 김태균 선수는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좋아합니다. 일본에서 함께 있었던 오승환 선수도 BMW를 몰았고요.

지난달 있었던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에서 노아웃 만루에 기회가 왔습니다. 홈 병살타만 아니면 된다. 희생타 하나만 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웠더니 운이 따라줘서 결승타를 칠 수 있었습니다. 다음주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에 갑니다.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