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실용경영, 삼성을 바꾼다 <2> 임원인사·조직개편 향방

현재 1300여명인 전자 임원, 1000명 안팎으로 축소 나서
그룹 전체 승진도 대폭 줄여…올해는 300명 안팎 예상
스마트카·2차전지 등 유망분야 인력 보강 '선택과 집중' 전략
삼성, 임원 20% 감축·승진 최소화…몸집 줄여 '1등 할 사업'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47,150 -0.32%) 부회장의 ‘실용 경영’은 4일 발표될 임원 인사와 다음주 실시될 계열사별 조직개편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전망이다. 핵심은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축소하되 미래 신사업 분야에 힘을 몰아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임원 숫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퇴임 대상 임원들에게 해임 사실이 통보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에서는 승진 임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임원 수를 20%가량 줄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사업부에는 사기진작을 위한 인사 및 조직개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임원 수 20% 줄인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포함)의 임원 수는 6월 말 기준 약 1300명이다. 삼성은 이를 1000명 안팎으로 줄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력사업부인 무선, VD(영상디스플레이) 등에서 전체 임원의 20% 이상이 이미 짐을 쌌다. 재무팀 등 본사 지원부문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임원 수를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비율은 다르지만 삼성물산(95,900 +0.63%), 삼성카드(36,400 -0.41%) 등 다른 계열사들에서도 예년보다 많은 수의 임원이 물러난다.

그룹 전체 임원 승진자 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그룹 임원 승진자 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0명 수준에서 2012년엔 5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350명 수준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300명 안팎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승진 누락은 없다’는 게 불문율이었던 그룹 미래전략실에서도 올해는 승진자를 최소한으로 줄일 예정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힘을 실어줄 곳은 실어주는 분위기다. 솔루션, 물류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많이 책임지고 있는 삼성SDS(219,000 +2.58%)가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인사를 통해 사장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정유성 대표이사 사장과 홍원표 사장(솔루션사업부문장)은 능력이 이미 검증된 사람이다.

이런 추세는 임원 인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임원들도 다수 삼성SDS로 파견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의료기사업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바이오사업, 스마트카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사업부문에서는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임원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서도 ‘선택과 집중’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는 다음주 발표될 사업재편과 조직개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1등’을 하지 못할 사업은 과감히 축소하거나 정리하되, 미래에 1등을 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카메라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 철수했고, 곧 사업 자체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모가 작고 이익률이 낮은 발광다이오드(LED), 네트워크사업도 축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종합기술원을 비롯한 연구소 조직도 크기를 많이 줄였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10년 뒤를 예측해 준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신 미래 사업에는 역량을 집중한다.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사업이 대표적이다. 2차전지와 전기자동차 부품 등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스마트카 육성 조직을 신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탄생한 삼성물산의 사업구조도 정리된다. 리조트건설부문은 기존 건설부문에 합쳐진다. 이서현 사장이 총괄책임을 맡은 패션부문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선택과 집중’을 중시하는 이 부회장의 실용경영 철학이 배어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사업이든 시작해서 열심히만 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경제 불황과 중국의 추격이라는 풍랑을 만난 삼성은 무거운 짐을 버리고 몸집을 가볍게 해 한 방향으로만 집중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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