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30일 열린 ‘2015년 한국금융학회 동계 정책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30일 열린 ‘2015년 한국금융학회 동계 정책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벌어질수록 국내 가계부채 위기는 더 증폭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2015년 한국금융학회 동계 정책 심포지엄’에서 “성장률과 물가만 보면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가급적 미루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계부채가 지금보다 더 증가해 한국 경제의 위험성은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천천히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르면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더라도 한국은 기준금리를 동반 인상하지 않을 여유가 있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태라 지금보다 부채 규모를 키운 뒤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한국 경제에 그만큼 더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성장에는 방해가 되겠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한 지금부터라도 가계부채 총량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단기적인 경기 변동이나 물가 안정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내다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에 비(非)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공동검사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을 상호저축은행, 보험회사, 여신전문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데도 통화신용정책당국인 한은엔 이를 통제할 마땅한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은행과 금융지주회사, 수산업협동조합의 신용사업 부문에 대해서만 금융감독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 과거 부채 조절 실패로 위기가 불거졌던 사례를 보면 모두 은행이 아닌 비은행 금융회사에서 시작됐다”며 “한은이 요청하면 금감원이 응하도록 법제화해 빠르게 늘고 있는 비은행 금융회사의 총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대외 여건 변화와 영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맡은 장정석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신흥국의 자금 유출과 글로벌 경제 회복 기조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신흥국 경제 불안이 한국 경제로 전이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