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원샷법'이 반(反)시장적이라고?
“원샷법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심의하기 위해 최근 연 법안심사소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원샷법의 취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기업들의 경쟁력만 강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샷법은 일본법을 베낀 것”이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는 국회에서 원샷법안을 처음 논의한 자리였다.

원샷법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이현재 의원을 대표로 새누리당 소속 의원 27명이 공동 발의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급속한 추격에 따른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과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촉진시키자는 취지에서였다. 공급과잉 업종에 한해 기업 분할이나 합병,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재편 절차를 간소화해주고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았다.

원샷법의 수혜 대상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중소·중견기업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등 기업들의 사업재편 건수는 중소·중견기업이 1156건(82.6%)으로 243건(17.4%)인 대기업을 크게 웃돌았다.

야당 측 주장대로 원샷법이 일본법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이 1999년 제정한 산업활력재생법(작년 초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개편)이 모태다. 이 법은 침몰 직전이었던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사업재편 승인 기업 488곳 중 성과보고서를 낸 212곳을 분석한 결과 유형자산의 효율적인 이용 정도를 나타내는 유형자산회전율(매출액/유형자산)이 88.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의 비효율성이 크게 줄어들어 산업 구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원샷법은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에서 효과가 이미 검증됐다. 원샷법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자발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버릴지도 모른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