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변하는 사회…창조경제로 새롭게 적응
패러다임 전환 점검하며 새로운 발판 마련해 가야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
[한경에세이] 속도와 생동감

영국에서 초기에 개발된 증기기관차의 속도는 시속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시민들은 이 속도에도 현기증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뒤이어 개발된 자동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35㎞ 수준이었지만, 막상 운전할 땐 마차 이상의 속도로 달리지 못했다.

그 후 자동차 엔진 개량으로 성능이 향상됐고, 도로 역시 잘 닦이면서 차량 속도는 매우 빨라졌다. 이젠 시속 300㎞를 넘나든다. 강력한 엔진의 힘과 가벼운 차체, 팽팽한 타이어 압력, 탄탄하게 포장된 도로, 물 흐르듯 연결되는 신호 체계 등 다섯 가지 요소가 자동차의 속도를 결정한다.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속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21세기인 지금, 한국 사회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속도에 적응하는 자녀 세대와 그에 못 미치는 부모 세대, 앞선 속도의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는 종종 ‘화성과 지구만큼이나 먼 간극’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세계 경제의 일기예보는 저성장과 고령화란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한다. 그에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우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여는 새롭고 생동감 넘치는 패러다임이 창조경제다.

지난 2년간 우리는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어왔다. 이젠 창조경제란 자동차의 속도를 점검할 시기가 됐다. 이 시간 현재 창조경제란 이름의 자동차 속도계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자동차의 속도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사항을 경제와 산업 요소에 대입해 보자. 과학기술의 역동성은 자동차의 튼튼한 엔진에 해당한다. 기업가 정신은 가벼운 차체, 기술금융은 타이어 압력, 창의적 교육은 잘 닦인 도로, 규제 완화는 물 흐르듯 연결되는 신호 체계에 각각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의 속도는 이 다섯 가지의 곱셈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어느 하나라도 저조하다면, 다른 요소가 아무리 앞선다 해도 결과적으로 하향평준화된다.

이제 여러 정부부처와 경제주체들이 목표 시속을 향해 힘을 합치고, 분야별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 위한 계기판도 필요하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0%대에 육박했던 실업률이 최근 5%대로 내려왔다.

미국판 창조경제 정책인 ‘스타트업 아메리카’를 통해 경제 역동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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