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활성화 발목 잡는 '어깃장 정치' 들어내야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실제 청년실업자는 110만명, 청년실업률은 20%다. 청년만이 문제가 아니다.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는 683만명, 이 중 월수입 100만원 안팎의 영세자영업자만 400여만명에 달한다. 55~70세 장년 중 연금이 많은 퇴직 공무원, 군인, 교사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자영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과당경쟁으로 대부분 2~3년이면 폐업한다. 이를 두어 번 반복하고 나면 퇴직금, 전세금을 날리고 빈곤층으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임금근로자 1931만명 중에서도 임시·일용직이 664만명을 헤아린다. 경제활동인구 2706만명 중 44%인 약 1200만명이 실업자, 영세자영업자, 임시·일용직이다.

성장률이 낮아져 파이가 작아지면서 청년, 장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민소득은 1485조원이었다. 이 중 62.6%인 930조원이 근로자에게 분배됐다. 이 비율을 더 올리기도 힘들다.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계속 하락해 지난해 말 외부감사 대상 비(非)금융법인 2만5452개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3295개, 전체 기업의 15.2%에 이르렀다. 특히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해 한계기업 증가율이 가파르다.

근로자에게 분배된 930조원을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2657만명으로 나누면 3500만원이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소득이 그렇다. 고소득층은 연봉이 8000만~9000만원 정도 되므로 자연 저소득층 연봉은 1000만~2000만원 수준이란 계산이다. 1200만 실업자, 영세자영업자, 임시·일용직의 실상이 이렇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파이를 키우는 길밖에 없다. 파이가 커지면 청년들 일자리가 생기고 장년들도 일찍 퇴직하지 않아도 된다.

파이를 키우는 데는 기업투자 활성화가 유일한 최선의 대책이다.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법은 국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운운하면서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활성화법을 반대하는 정치논리를 대다수 국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를 키우는 일이 어렵고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차선책으로 나온 대책이 임금피크제다. 너무 빨리 퇴직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장년문제 해소를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기업의 임금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을 덜 받는 임금피크제를 도입, 완화된 임금부담분으로 청년들을 고용하자는 취지다. 정치권은 이것도 반대하고 있다. 파이를 키우는 것도 반대하고 파이를 청장년이 나눠 갖는 것도 반대하면 어떻게 청장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정년은 연장하되 임금은 연공급을 유지하고 청년들은 의무적으로 할당해 고용해 주면 되지 않느냐는 반(反)시장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들은 순환출자금지, 내부거래 축소 등 각종 경제민주화법에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단기간에 급등하는 임금부담으로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대기업 매출증가율은 2013년 이후 감소해 올 상반기에는 -7%까지 추락했다. 정년을 연장하고, 청년을 고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외면한 채 선거철을 앞두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쁜 정치권 모습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이런 정치를 확 바꾸는 정치개혁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