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표류하는 서울 첫 도시재생 사업
서울 노원구 수락산 자락에 있는 중계본동 백사마을. 허물어져 가는 낡은 주택 35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서울 도심 개발에서 밀려난 이들이 사는 마을이다.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1960년대 중후반, 서울 도심에선 낙원·세운상가 건설, 청계천 복개 공사 등 개발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때 청계천 주변과 창신동 등에서 판잣집을 짓고 살던 서민들은 서울 외곽으로 흩어지게 된다. 백사마을도 1967년 철거민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다. 1971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일체의 개발이 중단됐다가 2008년에서야 그린벨트에서 풀려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도시재생 정책을 적용하는 첫 번째 사업지로 백사마을을 선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백사마을 4만2000여㎡를 첫 ‘저층 주거지 보전구역’으로 지정해 역사교육장, 영화촬영지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기존 주택의 겉모습은 보전하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놓겠다는 계획도 함께 나왔다. 2016년 완공하는 게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개발사업은 지난 4년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전면 철거 대신 보전을 중시하는 서울시 정책과 백사마을을 포함한 중계본동 일대 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대표회의 계획이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재개발 면적의 4분의 1이 보전지역으로 묶이면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주민대표회의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그린벨트 지역을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까지 풀어줬는데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사업 수익성을 둘러싼 논쟁은 서울시와 재개발 공동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이곳에 ‘갈등 조정자’를 파견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울시와 주민, 노원구, LH 의견을 모두 경청한 뒤 조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평가가 나온다. 연말이면 기업·기관들의 연탄 나눔봉사 단골 장소로 변하는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이 4년간의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길 기대해 본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