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중소기업 빚보증을 서준 신용보증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다. 과도한 신용보증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을 양산해 우량 중소기업의 성장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늘려놓은 보증을 축소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성장산업의 주도권을 해외 업체에 넘겨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대표적이다. 2011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이 철수하자 외국 업체 지배력만 높아졌다. 작년 중국산 LED 조명 수입액은 3억달러를 넘어섰다.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은 “최근 4년간 한국 LED 조명산업은 암흑기였다”며 “과도한 규제가 중국 업체 배만 불려줬다”고 말했다. 대기업 규제는 LED 조명뿐 아니라 물류 등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분법적 규제와 지원은 전체 기업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견기업이 되면 지원은 뚝 끊기고 많은 규제를 받게 돼 매년 수십개 기업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이다.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은 규제라는 천장에 막히고, 성역화된 중소기업 지원은 부실기업 퇴출을 막는 바닥을 형성해 한국 경제 전체가 ‘유리 상자’에 갇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은 지원 대상이고, 대기업은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1980년대식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광/이지수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