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아비의 친일 행적도 쓸 각오 됐나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됐다. 여진(餘震)은 이어지고 있다. 진보 교육감 중심으로 대안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들은 전원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2017년 도입까지의 짧은 집필 기간, 편향된 집필진 구성 가능성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분분한 논란은 차치하고 국정 교과서 자체로 포커스를 좁혀보자. 그렇게 따져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인기 광고 카피에 빗대어 말하자면, 원래 교과서란 객관적이어야 하지만 국정 교과서는 더 격렬하게 객관적이어야 한다.

핵심 쟁점은 이승만·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과(功過)를 균형 있게 서술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건국과 산업화를 복권시키는 것 못지않게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는 자세도 요구된다. 감추고 싶은 과거도, 오욕의 역사도 역사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박완서는 한국전쟁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렇게 국민을 기만하고 도망갔다 돌아온 주제에 국민에 대한 사죄와 위무 대신 승자의 오만과 무자비한 복수가 횡행한 게 9.28 수복 후의 상황이었다. 나는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지고 생생하게 억울하다.” 생전의 박완서와 그의 작품은, 분류하자면 ‘보수적인 아줌마의 문학’에 가까웠다.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썼다.

지난해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한국사 검정교과서. / 한경 DB

지난해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한국사 검정교과서. / 한경 DB

세계적으로 국정 교과서를 채택한 나라는 극소수다. 그만큼 잘못 서술되면 비판받을 여지도 크다. ‘하나의 역사’이므로 보다 철저히 객관성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정책 제안을 통해 “논란이 되는 내용에 대해선 국민과 교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등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에서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의 사례는 특히 참고할 만하다. 그는 책에서 자신의 아버지인 임문호도 예외 없이 다뤘다. 아비의 친일 행적까지 빠짐없이 기록했기 때문에 그가 저술한 역사는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 국정 교과서 집필에도 최소한 이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지 않을까.

정부에게서 국정 교과서 편찬을 위탁받은 국사편찬위원회 김정배 위원장이 유념했으면 하는 경구가 있다. 스승인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라는 말이다. 당대 정권의 방침이나 여야·보혁(保革) 논쟁 따위의 거센 외풍에 흔들리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확실히 하자. 현재에 비춰 과거를 미화해선 안 된다. 역사학 개론 수업 가장 첫 머리에 듣는 E.H.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란 명제를 다시금 새길 때다.

국정 교과서의 방점은 ‘균형 있게’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에 찍혀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대전제는 ‘있는 그대로’여야 한다. 역사적 사실(fact)을 직시해야 정부가 명명한 대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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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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