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SOS의 재해석
모스부호 ‘SOS’는 선박 무선통신에서 쓰이는 긴급 재난구조 신호다. 이 알파벳을 부호로 바꾸면 단음 세 번, 장음 세 번, 단음 세 번 순서로 구성된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음향이다. SOS는 1906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채택된 뒤 세계 공통의 긴급 구조신호가 됐다. 이젠 ‘배를 구조해 달라(save our ship)’, ‘영혼을 구원해 달라(save our soul)’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캠페인 구호로도 쓰인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SOS는 무엇으로 해석해야 합당할까. 한국은 아직까지 8년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3% 사수에 버거워한다. 제조업의 역동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고속 고령화는 생산성의 위기와 복지의 부담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자동차는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는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의 메시지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제 사회의 패러다임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software oriented society)’로 바뀌어야 한다. 말하자면 새로운 의미의 ‘SOS’다.

자동차는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자율주행차, 움직이는 간이병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능형 선박은 수십만t급이라 하더라도 10여명의 선원만 있으면 거뜬히 운항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됐다. 스마트폰 내 소프트웨어는 이제 검색엔진을 뛰어넘어 실행엔진으로 무장하면서 소유주의 목소리를 정확히 알아듣고, 비서의 역할을 대행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의 힘에서 나온다.

이제 우린 SOS, 즉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해야 한다. 모든 대학이 전공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르치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진화해야 한다.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르틴 카르플루스 하버드대 교수는 화학자가 아닌 복잡한 고분자 화학반응 분석실험을 간편하게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공학자였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원이 없는 나라의 21세기 국가경영 미래를 위해선 미약하게 들려오는 ‘SOS’의 새로운 소리를 크게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