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닫힌 문과 열린 문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문을 열고 닫는다. 문은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다. 문은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울타리를 전제로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방과 방 사이의 문, 집 안과 집 밖을 잇는 대문, 국가를 세계로 연결하는 관문, 마음의 문 등 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원시시대 인간은 동굴이나 움집에서 살았다. 아침에 사냥을 나가면 저녁에 들어온다. 문은 하루에 두 번 열고 닫히면 끝이다. 그러나 농경사회로 정착하면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더 많은 소통 공간이 필요해졌다. 네트워크 중심의 사회로 진화할수록 더 넓은 창과 높고 화려한 대문이 등장했다. 반투막 창호지와 투명 유리 개발은 외부와의 소통을 지향하는 문화적 노력의 결과다. 빌 게이츠가 컴퓨터 운영체계(OS)를 개발해 ‘윈도우즈(Windows)’라고 명명하고 빨강과 파랑, 노랑 초록 4원색으로 장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울타리의 주인에 따라 외부에서 뭔가 들어오는 걸 환영하는 문과 거부하는 문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팰러앨토에 ‘파크(PARC)’라는 세계적인 연구소를 세운 제록스는 컴퓨터와 마우스, 데이터통신표준 등 사실상 정보통신에 관한 거의 모든 기술을 개발한 회사였다. 하지만 ‘울타리 안의 기술’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갈망하는 외부의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결국 지금은 복사기 회사로 겨우 연명해가고 있다. 자체 개발력만을 우대하는 폐쇄적 조직문화인 ‘NIH(not invented here)신드롬’의 대표적 사례다.

반면 애플 및 구글과 같은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회사들은 외부의 아이디어를 후하게 대접해준다. 그 덕분에 세계의 반짝이는 상상력이 이 회사들로 모인다. 중국의 샤오미는 자사 소비자 모두를 제품 개발의 주인공으로 여기고, 누구나 언제든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예 울타리를 걷어내고 지구 전체를 연구소로 활용한다.

지금의 창조경제는 간단한 상상을 거대한 혁신으로 바꾸는 자가 주인공이다. 한국의 연구소나 기업들도 모두 문을 활짝 열고 전 세계에서 모인 상상력의 대가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달나라까지라도 가서 모셔오겠다는 열린 마음의 문으로.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