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역 가뭄이 심각하다. 오늘부터 보령 서산 당진 등 충남 8개 시·군이 제한 급수로 공급량을 20% 줄인다. 보령댐의 저수율이 22%로 1998년 물을 담기 시작한 이후 최저로 떨어지면서 이 지역 48만명의 생활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수영장이 문 닫고 목욕탕에선 절수운동도 벌인다지만 이런 정도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 3월 보령댐 물이 완전 바닥날 전망인 데다 내년에도 큰 비는 없을 것이라는 장기 예보까지 겹쳐 내년 농사도 초비상이라고 한다. 급기야 금강의 백제보 물을 보령댐으로 끌어대는 21㎞ 수로관 공사가 황급하게 추진되는 모양이다.

충남의 물 부족은 수도권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겨울과 봄 가뭄으로 소양강댐 수위가 42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에 다가서면서 2500만명의 수도권이 긴장했던 게 불과 넉 달 전이다. 올해 강수량을 보면 서울·경기(평년 대비 42%)가 충남(49%)보다 더 나쁘다. 그런데도 수도권에서 생활용수는 물론 공업·농업용수까지 별 탈 없이 넘긴 것은 수십년에 걸쳐 세운 다목적댐과 4대강 보(洑) 덕이다. 소양강과 충주 댐에다 남한강 3개 보가 저축금처럼 물을 담아두고 있다.

깨끗한 물공급은 인프라 중의 인프라다.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물 사용량은 크게 늘기 마련이다. 4년 가뭄에 맞선 미국 캘리포니아주정부의 최근 고전에서도 봤듯이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는 세계 어디에서나 중대한 과제다.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에 필수다.

하지만 소수의 환경교조주의 그룹 때문에 댐도 보도 건설이 매우 어렵게 돼버렸다.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세워야 하는 치수계획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소모적인 논쟁으로 10년 계획된 동강댐이 백지화된 이래 댐 신설은커녕 이제 효과를 보는 4대강의 보를 허물자고 달려드는 판이다. 기껏 실개천 복원이나 인위적인 생태하천 타령은 항구적인 수자원 대책이 될 수가 없다. 가뭄만도 아니다. 태풍·홍수에도 더 대비해야 한다. 그간의 댐과 보로 연례행사처럼 반복된 이재민 발생과 농경지 유출은 획기적으로 줄었다지만 아직도 취약지역이 많다. 내년까지 예고된 충남의 물 부족에 댐 반대자들은 왜 말이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