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 제한이 효과 없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정부가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해 2013년 1월부터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사업 참여를 제한했지만 정작 중소·중견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호근 연세대 교수가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위기의 소프트웨어산업, 돌파구는 무엇인가’ 세미나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던 정책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의 2014년 공공SW 매출은 대기업의 시장진입 제한에 힘입어 2012년 대비 약 2.53배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2년 0.021%에서 2014년 0.001%로 크게 감소했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없고, 영업환경도 더 나빠진 것이다. 심지어 그동안 대기업 탓이라고 했던 원청·하청업체 간 하도급 구조는 그대로이고, 신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 활동까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과연 무엇을 위한 규제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 ‘루저’가 되고 말았다. 프로젝트 운영 노하우가 없는 중소기업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대기업 규제를 피한 중견기업은 성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역력하다는 연구결과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국내 사업 이력이 없어 해외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이런 규제를 클라우드컴퓨팅 등 IT 신산업으로까지 적용하면 미래 성장동력은 바로 결딴날 게 뻔하다. 정작 필요했던 건 공공 SW사업의 구조혁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처음부터 공공 SW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제한은 시장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평가다. 오히려 대·중소기업 ‘윈윈’ 관계를 위해선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게 김기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지적이다. 최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해당 업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다 루저로 내몰린다는 지적과도 같은 맥락이다. 무슨 ‘바보들의 행진’을 보는 것 같다. 정부나 정치권은 언제까지 이런 안 되는 규제를 반복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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